지난해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나왔다.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명 이상 줄어들며, 근 4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연간 취업자 증가폭도 15만9000명으로 전년(32만7000명)의 절반에 그쳤다. 이는 2020년(-21만8000명)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시장이 본격적으로 얼어붙은 것이다.

산업별로는 건설업과 도소매업에서 충격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4만9000명 줄었는데,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도·소매업(-6만1000명)과 제조업(-6000명)도 줄어 내수 침체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특히 건설업과 도·소매업에서만 11만개 일자리가 사라진 것은 지나치기 어렵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청년층의 고용 부진이다. 지난해 청년(15~29세) 취업자는 전년 대비 14만4000명 줄었고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20대와 30대가 각각 1만8000명, 2만9000명 늘었다. 가장 활동적으로 생산에 참여해야 할 나이에 아무 이유 없이 쉬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무엇보다 일자리 미스매칭의 영향이 크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대는데 청년들이 기피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과 복지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300인 미만 기업의 대졸 초임은 대기업의 64.7% 수준(3238만원)에 불과하고, 복지 혜택 차이는 이보다 더 크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올해 고용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연간 취업자 증가폭을 12만명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성장률이 1%대 중반에 그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가속화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 부진과 소비 위축이 이어질 경우 고용시장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고용부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직결돼 있다. 무엇보다 청년층을 절망케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해소가 급하다. 기업의 규모가 아닌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라 합리적 보상이 이뤄지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근본 해결책이다. 산업 구조변화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도·소매업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정보통신 분야는 일자리가 늘었다. 앞으로도 더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에 걸맞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 기술 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에서 나오는 만큼 투자 활성화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을 뒷받침하는 것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