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피트 헤그세스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금지·불허할 뿐 아니라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국제사회 규범에 따라 미국 정부가 피해왔던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헤그세스 후보자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회의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의 사전 제출 답변서에서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의 지위와, 핵탄두를 운반하는 미사일 사거리 증대에 대한 강도 높은 집중, 증대되는 사이버 역량은 모두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헤그세스의 서면 발언 중 “인태 지역에서의 중국 공세 억지” “동맹과 파트너의 국방비 지출 증대와 부담 공유” 등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을 둘러싼 중대한 외교·안보 환경 변화가 예고된 것인데,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정혼란으로 우리 정부는 이에 대비할 ‘골든 타임’을 속수무책으로 허비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핵보유국 지칭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대북·한반도 정책 기조를 내포한 사안으로 국제사회가 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 비핵화’를 위해 기존 핵·미사일 개발 능력 및 생산시설·보유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할 것인지, 사실상 현상 유지에 근거한 ‘핵동결’ 혹은 핵군축 협상을 추구할 것인지가 용어 사용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한미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원칙은 ‘북한 비핵화’이며 트럼프 집권 1기(2017∼2021년)에도 견지돼왔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용인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핵보유국’이라는 말은 암묵적인 금기였다.
물론 헤그세스가 자국 내 여러 자질 논란으로 임명 여부가 불확실하고,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 노선을 포기할 것이라는 명시적인 정황은 없다. 속단은 이르다는 말이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 인사들의 대북 인식 일단을 드러낸 것만큼은 틀림없다. 헤그세스는 최대의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 견제에 자국의 역량을 더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를 위해 “세계적인 부담 공유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트럼프 진영에선 그동안 북미 정상간 교류나 회동 가능성이 여러번 언급됐다. ‘한국 패싱’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헤그세스의 발언은 우리 정부의 대비 없이 미국이 북핵 대응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까지 자아낸다. 계엄과 내란 논란, 탄핵과 정쟁으로 속절없이 보내는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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