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부산항의 세계 5위 물동량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항만당국이 잘못된 덤핑경쟁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부산항만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컨테이너 1개당 수출입 하역료는 부산항이 4만5000원으로, 1위인 중국 상하이항의 10만5000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하역료가 17만원인 도쿄항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미국 LA항과 비교하면 1/8, 대만 까오슝항의 2/3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부산항의 하역료가 낮아진 이유로 부산신항과 북항의 항만운영사들의 지나친 하역료 인하경쟁을 항만청과 항만공사가 방치했왔기 때문이라는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항만운영과 관련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신항 건설을 통해 효율성이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관리체제와 기반시설 등 여러 측면에서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특히 부산항 신항 개장 이후 ‘북항-신항’ 양항 체제로 운영되면서 항만운영사간 지나친 하역료 인하경쟁으로 채산성 악화를 초래했다고 이 보고서는 설명했다. 부산신항 운영이 본격화되면서 신항은 물동량이 연평균 100.8% 증가한 반면 북항은 연평균 6.5% 감소했다. 최신 시설로 무장한 부산신항이 항만 물동량을 쓸어가자 북항측 물류회사들도 이에 맞서 하역료를 낮춰가며 물동량 지키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부산항 내 하역료 경쟁으로 부산항은 지난해 한 해에만 도쿄항에 비해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하역요금을 받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부산항을 사용하는 선사의 60% 이상이 외국선사로 1조원에 가까운 외화수입을 포기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에서 공시한 부산항 터미널별 운영수지를 분석해보면 북항은 2010년 512억원의 적자에 이어 지난해에도 1721억원 적자가 발생했고, 이같은 적자추세는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부산 북항의 최대 항만운영사인 KBCT는 최근 부산항만공사(BPA)에 공문을 보내 신선대부두 5개 선석 가운데 2개 선석 반납 또는 일반화물부두 전환과 나머지 선석 임대료 인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KBCT 측은 최근 급격한 처리 물동량 감소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지난 9월부터 3달에 걸쳐 직원들에게 임금지급을 늦춰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항운노조와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항운노조는 “CJ와 KBCT 측이 임금을 늑장 지급하는 방법으로 항만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구조조정 및 직장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컨테이너 하역료 덤핑 등 부두 운영사들의 과당 출혈경쟁이 최근 경영악화의 근본 원인인데도 사측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려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경영정상화를 위해 항만운영사들은 현행 자율경쟁체제의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시켜줄 것을 제안했다. 항만공사 등이 하역료를 적정하게 판단해 허가해주게 되면 지나친 경쟁도 줄일 수 있고 터미널의 경영수지도 적자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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