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종영을 앞두고 있는 MBC ‘메이퀸'의 지난 15일 방송에서 해주(한지혜)의 친부가 장도현(이덕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낚인 기분이 든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해주는 생부 윤학수(선우재덕)를 죽인 장도현(이덕화)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지무스 트러스트와 드릴을 개발하고 석유시추권 입찰에도 성공했다.

한데, 해주도 장도현처럼 혈당수치가 높다더니 결국 둘은 부녀 관계가 됐다. 캐릭터를 돌려막는 것도 아닐텐데,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가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능력 부족이라고 보고싶다. 지난 5개월동안 본방을 사수해온 시청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날의 설정으로 많은 캐릭터가 갈 길을 잃었다. 방향성을 상실한 드라마가 됐다. 졸지에 세 명의 아버지를 두게 된 해주에게는 아버지인 원수를 미워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해주 친모인 이금희(양미경)는 자신을 강간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로 만들어버렸다. 마지막에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하는 캐릭터로 만드는 이유가 궁금하다.

자신을 해주 삼촌이라고 생각하며 형(윤학수)을 죽인 장도현을 수사를 통해 밝혀내려는 윤정우 차장검사(이훈)도 뻘줌해졌다. 줄곧 강산을 좋아하다 창희(재희)의 접근으로 결혼하게 된 인화(손은서)는 결혼생활내내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창희와 산다. 그동안 쌓아온 적지 않은 방송 분량에 비하면 소득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해주와 사랑하는 사이인 강산(김재원)은 몇차례의 방황끝에 열심히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의욕도 힘이 빠지게 됐다. 자신의 할아버지 강대평(고인범)과 자신 부모의 교통사고에 장도현이 개입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원수를 장인어른으로 모셔야 될 판이다.

출생의 비밀은 한국드라마들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다. 갈등 고리를 푸는 등 반전 효과로서 출생의 비밀 처럼 쉬운 게 없다. 혈연에 유독 강한 집착을 보여온 우리에게는 더욱 좋은 방식이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도 적당히 써먹어야지, 지나치게 꼬아놓아 결국 무리수를 범하고 말았다.

온통 비리와 악행을 저질러온 장도현과 올바른 방식으로 복수하려는 해주와 강산. 장도현과 해주가 부녀관계가 된다고 해서 훈훈한 드라마로 끝날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부모세대의 원한과 어둠을 청산하고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메이퀸'은 초반 아역 연기자들이 열심히 연기해 갈등관계를 잘 만들어냈다. 어린 시절 버려져 의붓어머니조달순(금보라)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억척같이 살아가던 어린 해주 김유정의 모습은 찡하게 다가오기까지 했다. 김재원과 한지혜, 재희 등 성인연기자들도 아역 캐릭터를 물려받아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제 한지혜와 김재원이 해피엔딩을 맞아도 그들의 시련과 역경이 보상받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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