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선거
시민의 놀이 ‘정치’, 민주주의 꽃 ‘선거’는 올 한 해 대중문화 창작계에 마르지 않는 화수분 역할을 했다.
대만, 러시아, 독일, 프랑스, 그리스, 이집트, 미국 등 세계 각 국이 정부의 우두머리와 국민의 대표를 뽑는 이벤트를 치르고 유럽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암울했던 올해, 우리 사회 역시 혼돈의 한가운데를 걸었다.
조타수 없이 배가 방향을 잃고 흔들리자 방송, 영화, 출판, 공연 분야계에선 저마다 할 말들을 쏟아냈다. 정치 코드를 입힌 각종 문화 상품은 선거철 대중의 관심이 정치에 쏠리는 특수를 타고 큰 인기를 끌었다.
정치 소재 영화들이 역대 최다 수준으로 출현했다. ‘26년’ ‘남영동 1985’ ‘유신의 추억’ ‘MB의 추억’ ‘맥코리아’ 등 소재와 형식도 다종다양한 문제작들이 관객을 찾았다. 특히 올해 선보인 영화들은 특정 실존 인물이나 비교적 최근 시점의 실화에 렌즈를 미세하게 들이댔다.
5ㆍ18 희생자 유가족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26년’은 개봉 2주 만인 지난 12일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강풀 원작만화를 각색한 허구지만, 전 전 대통령이 실제한 발언들이 그대로 대사로 쓰여 화제다.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이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에서 받았던 고문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남영동 1985’는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를 새삼 주목케 했다. 현직 대통령을 비꼰 ‘MB의 추억’,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비판적 시각으로 다룬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다국적 자산운용사 맥쿼리가 현 정권 아래에서 각종 국책사업의 이권을 따낸 과정을 파헤치는 ‘맥코리아’ 등 정치 시사 다큐멘터리가 스크린에 걸렸다. 지난해 ‘도가니’에 이어 올해 초 ‘부러진 화살’ 등 사회고발성 문제작이 잇따르며, ‘뮤비 저널리즘’이란 말까지 만들어냈다.
TV드라마도 정치인, 검경,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신, 현실에서의 절망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SBS ‘추적자’는 정치와 재계의 추악한 결탁, 특권층의 도덕적 해이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 화제를 낳았다.
한편으로 영화와 드라마는 대중이 원하는 진정한 왕의 모습을 보여주고 바람직한 리더십을 제시함으로써 대중에게 희망을 심어주기도 했다. 조선의 개혁적 군주 광해군을 모티브로 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천민 광대가 왕 노릇을 하며 백성 편에 서서 하는 대사들로 대중의 정치에 대한 답답증을 해갈시켰다.
선거철이면 부는 TV 사극 열풍은 올해도 어김이 없었다. 지난해 말 세종대왕을 ‘욕쟁이’로 만들어 친근한 서민적 왕상을 보여준 퓨전사극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올해 초 판타지사극 ‘해를 품은 달’은 젊고 섹시하고 왕상을 그리며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훤 앓이’를 일으켰다. 고려 공민왕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사극 ‘신의’, 고려 말 조선 건국 초 이성계의 삶과 풍수지리를 엮은 ‘대풍수’, 고려 무신정권 시대 천민에서 최고권력자까지 오른 실존인물의 이야기 ‘무신’, 통일신라 김춘추 일대기인 ‘대왕의 꿈’ 등 다양한 사극이 주인공의 입을 빌려 현대적 시각에서 올바른 리더십에 관해 훈수를 뒀다.
서점가 정치 관련 서적 코너에도 발길이 북적였다. 안철수 교수가 정치인의 포부를 처음으로 밝힌 ‘안철수의 생각’은 안철수 신드롬을 타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여풍 당당 박근혜’ 등 대선 후보와 관련한 책이 100여종이 넘게 출간됐다. 법륜 스님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미래 구상’, ‘당신들의 대통령’ 등 유권자의 선택에 가이드를 제시하는 조언을 담은 책 발간이 잇따랐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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