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캐시카우사업 팔고…조직 쪼개고 합치고…사업구조 뜯어 고치고…

글로벌 경기불황에 수출·내수 위축 삼성·현대차 뺀 10대 그룹까지 불안감 유동성 위기 극복 대안마련 고심 내년엔 있던 일자리도 없어질까 우려

재계가 눈물 겹도록 처절한 ‘서바이벌(survivalㆍ생존)’ 플랜을 가동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수출시장 급변, 내수 위축에 따라 더 이상 생존 플랜을 늦추면 고사할 수 있다는 극대화된 위기감이 그 배경이다.

양상은 다양하다. 돈 되는 알짜사업을 매각하고, 조직을 쪼개고 합치고, 사업구조를 뜯어고치는 등 생존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시황 불안감이 큰 조선ㆍ철강 쪽 흐름이 급박해 보인다. STX그룹은 STX팬오션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비싸게 받을 수 있을 때 서둘러 매각함으로써 그룹 유동성을 꾀하고, 조선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키 위한 것이다. STX그룹은 임원도 20% 정도 줄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임원 10%를 줄이는 등 몸집을 가볍게 했다. 다만, 내년 해양플랜트 쪽에 주력키 위해 이 분야 인력은 강화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30%), 조선(30%), 신재생에너지ㆍ기계(40%) 등의 포트폴리오 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들어갔다. 삼성중공업은 위기극복 경영의 새 화두를 심해저(sub-sea) 플랜트에서 찾고 있다.

포스코는 중복사업 영역 조정과 함께 비핵심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이 같은 흐름의 포인트는 상시 구조조정이다.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왔던 것 이상의 휘발성이 큰 비상시나리오의 재현이다. 사업 구조조정(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슬림화)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생존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조선, 철강을 중심으로 그룹 유동성 부족과 업종 불황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며 “더 큰 문제는 삼성, 현대차를 제외한 많은 그룹이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그룹이 한때 영광의 상징이던 레미콘과 가전(동양매직)을 매물로 내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대한전선은 이미 돈 되는 사업이라면 시장에 거의 다 내놓고 위기극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없는 업종에선 매각이나 구조조정의 위력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부 대기업이 선뜻 파괴력이 큰 구조조정안을 단행하는 데 주저하는 이유다. 10대그룹 임원은 “A 그룹, B 그룹 등 대기업 이름이 거론되면서 요즘 특히 힘들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소문날 것이 걱정돼 쉬쉬 하고 있지만, 이들도 곧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기업이 이처럼 어렵다보니 내년 고용창출 등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상혁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세계경기가 어려워 기업들이 힘들어하는데, 이와 같은 구조조정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지며 국민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기업의 고강도 자구책과 함께 산업체질 강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정부 대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영상ㆍ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