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재단 이사장 아들ㆍ전직 윤리교사, 지난 6년간 채용 사기

-480명 회원 중 실제 교사 채용 된 사람 단 3명

-채용 이후에도 수수료 명목으로 연봉 일부 갈취

-피해자 중 명문대 출신도…취업 불경기의 그늘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교사가 되고자 하는 구직자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채용 알선 명목으로 수억원을 챙겨온 전ㆍ현직 교사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경기도 소재 모 공업고등학교에서 함께 교직생활을 했던 교사들로 이중 한명은 해당 학교를 운영하는 재단 이사장의 아들이자 실질적인 학교 운영자였다.

정체 불명의 교사채용알선업체를 세워 수백명의 구직희망자를 대상으로 1인당 최고 연회비 1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들 중 대부분은 교사로 채용되지 못했다. 수천만원의 비용을 내고 교사가 된 사람들은 채용 이후에도 연봉의 13% 가량을 채용 대가로 지불해야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교사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 480여명을 상대로 “교사로 채용해주겠다”고 속여 회비 명목으로 3억5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일부 구직자에게 채용 대가로 1억5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사기 및 배임수재)로 경기 모 공업고등학교 전 윤리교사 A(48) 씨와 현직 직업교육교사이자 학교 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B(53) 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교사 채용 과정에서 문제를 유출한 B 씨의 부인이자 국어교사인 C(52) 씨와 업체 관계자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06년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교육문화연구소’라는 교사채용알선업체를 세우고 구직자 480여명을 대상으로 1인당 최소 55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연회비를 받고 기간제 교사 및 정교사 채용을 알선해 3억5000만원 상당을 편취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정회원은 연회비가 55만~77만원, 프리미엄회원은 1억2000만~1억5000만원에 달했다.

A 씨는 실제로 2008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4년 동안 구직자 3명에게 각각 5000만원씩 1억5000만원을 받고 B 씨가 몸 담고 있던 학교에 정교사 채용을 알선했다. B 씨는 채용 대가로 이중 7000만원을 받은 후 부인인 C 씨와 짜고 회원 3명에게 논술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 그의 어머니인 이사장은 채용 과정에서 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최고 점수를 주기도 했다. 당시 교사 직종별로 최대 경쟁률이 40대 1에 달했다.

A 씨는 ‘○○교육문화연구소’가 교사 채용 관련 맞춤정보를 제공하는 국책사업기관이라고 홍보하며 “전국 사립학교 인사권자로부터 인사권을 위임받았다”고 구직자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 2003년께 정부로부터 창업 지원비 8000만원을 대여받은 사실이 있을 뿐 국책 기관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고 대부분의 학교 관계자들도 이 업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교사가 된 회원들에게도 “우리 노력으로 교사에 채용된 것”이라며 연봉의 최대 13% 상당의 채용 수수료를 납부하도록 강요했다. 납부를 거부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해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전국 학교에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교사 취업 구직자들을 상대로 민간 업체와 연계된 취업 사기 및 사립학교 교사 채용 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