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6년’(감독 조근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액션 복수극이다.
1987년 생 임슬옹에게 5. 18 광주민주화항쟁은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잘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26년’을 통해 스크린에 첫 데뷔한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5. 18에 앞서 그동안 흘러온 시간에 대해 알아봤다.
“캐스팅 당시 5. 18에 대해서만 알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앞선 흘러온 시간을 알아야겠다고 결심했죠. 신문들을 통해 정치 면을 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역사의 필요성도 느꼈어요. 모르는 단어들도 많았었는데 공부하다보니 경제까지 보게 됐어요. 알아갈수록 넓게 보게 되더라고요. 이 작품을 하면서 무작정 하는 애국심이 아닌 나라를 알고 어떤 것을 해야 나라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커졌어요.”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연말 콘서트와 영화 홍보차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임슬옹을 만났다. 그는 다리 부상이 완치되지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26년’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26년’을 하기 전까지는 그냥 주어진 배역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만 했던 것 같아요. 모든 분들의 말을 놓치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면,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을 갖고 연기에 대한 공부를 깊게 시작했어요. 뭔가 예술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닌, 깊게 연구하고 오래 공부해왔던 것을 제대로 풀 수 있었던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26년’을 본 관객들은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슬픔, 분노, 증오, 안타까움 등 관객들이 ‘26년’을 통해 이러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직도 실존하는 인물인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속상하고 슬펐어요. 제가 이 작품을 어떤 시선에서 바라봐야하나, 어떻게 풀어가야하나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가장 놀랐던 사실은 제 나이 또래 중에는 5. 18하고 8. 15를 구분 못하는 친구들도 있다는 것이었죠. 또 이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희석돼가고 있었죠.”
‘26년’은 5. 18 당시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그 사람’에게 그날의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한 신념으로 행동을 하는 드라마틱한 네 사람과 달리 임슬옹이 연기한 정혁 만은 현실과 부딪쳐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영화를 본 친구들한테 연락이 왔어요. 지금 영화관에서 저를 욕하고 난리가 아니었다네요. 제 캐릭터가 그렇게 보여졌다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방해요소가 될 수도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잖아요. 지금의 현실상을 보여주는 그런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관객들이 접하는 경찰관 정혁은 완전히 감정을 낮춘 버전의 모습이다. 넘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쳤던 그가 격하게 반응하는 버전이 존재하기도 한다. 임슬옹 역시 그 점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현했으나, 어쩌면 답답하고 어리석게만 보이는 그의 모습이 다른 캐릭터들을 더 돋보이게 하지 않았나 싶다.
현재 ‘26년’은 개봉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자신의 첫 스크린 데뷔작의 흥행 소식에 어떤 기분일까.
“상업영화는 처음이라 흥행을 생각했던 적은 없어요. 그저 영화가 잘 나오고 캐릭터가 좋았다는 말을 듣는게 꿈이었어요. 열심히 할수록 흥행에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은 했었죠. 생각보다 성적이 정말 좋아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있어요. 인터뷰를 통해 영화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임슬옹은 내년 1월 2AM의 컴백을 앞두고 있다. 영화 홍보와 앨범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가 인터뷰 말미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영화가 잘 돼야 그 속에 녹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도 따라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로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을 통해 큰 자극이 됐고 어떤 일을 하면서 좀 더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26년’을 봐주셨으면 해요. 시나리오에 적어놨던 것 처럼 제 직관과 고집을 믿어볼래요. 그리고 내년 1월에 활동할 2AM도 지켜봐주세요.”
배우로서 큰 걸음을 내딛은 임슬옹이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될 지 기대를 걸어본다. 아울러 제작두레를 통해 어렵게 세상에 나온 ‘26년’이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본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chojw00@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