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 장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블랙컨슈머가 활개를 치고 있다.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란 보상금 등을 목적으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이모(56) 씨가 대표적인 예다. 이 씨는 2010년부터 블랙컨슈머로 활동하며 기업을 상대로 2억여원의 돈을 챙겼다. 군 생활을 하다가 대위로 전역한 이 씨는 손대는 사업마다 번번이 실패하자 대기업 상담센터 직원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회사 이미지를 고려한 대기업이 자신의 행동에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씨는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국내 최대 전자제품 회사인 A 사의 최신 스마트폰 22대를 B 통신사로 개통한 후 정지ㆍ해지ㆍ개통하기를 반복했다. 이 후 이 씨는 점검을 하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전원 꺼짐’ 등을 이유로 A 사에 스마트폰 수리를 의뢰했다. 수리센터 기사들이 수리하겠다고 나설 경우에는 ‘A 사 제품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사용하지 않을 것이니 필요없다’고 하면서 수리를 거부하고 휴대전화를 찾아가지 않는 수법으로 결국 교환ㆍ환불을 받았다.

또 B 통신사 상담원들에게는 고객 응대가 불손하다는 등의 이유로 전화로 온갖 욕설과 협박을 늘어놓았다. 때로는 둔기를 들고 대리점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이 씨의 민원 응대에 지친 대리점 직원이나 상담원들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합의금을 건네거나 휴대전화 요금을 자비로 대신 내주기까지 했다.

이 씨의 억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냉장고를 구입한 뒤에는 냉장고 온도가 높다며 새 제품으로 교환받고 “냉장고 안에 백두산 상황버섯이 들어있었는데 피해를 봤다. 품질문제를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두 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받아냈다.

A 사 직원들이 환불 규정 등을 언급하면 이 씨는 “너희들 옷을 벗겨버리겠다. 언론에 알리고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면서 심지어 “얼굴에 염산을 뿌리겠다”는 식의 욕설을 일삼았다. 이를 견디다 못한 업체 측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씨는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종로경찰서는 이 씨를 지난 7일 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상담센터직원 등 이른바 ‘감정 노동자’들의 직업적 약점을 빌미로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가 2008년 조사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300여 기업 중 소비자들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경험한 기업이 87.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