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3회> 사랑을 위한 의식 31

평양골프장 앞거리를 뜨겁게 달군 스피드 쇼크가 끝난 지도 어느덧 한나절을 넘어서고 있었다. 스피드 쇼크가 정오 무렵에 끝났으니 이를테면 월야침침… 사위에 어둠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야삼경으로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함께 있다니… 꿈만 같아요.”

“나도 그래요. 하지만 분명한 생시예요.”

드디어! 감개무량하게도 드디어… 예원희와 유호성은 양각도 호텔 꼭대기 층에 있는 스위트룸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동토의 땅, 북한에서 둘이 호텔 방으로 골인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끗발 좋은 제6사단장의 배려가 있었음은 말할 나위 없었다.

“동료들과 이렇게 떨어져 계셔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전혀 상관없습니다. 골프 팀에 섞여오긴 했어도 나는 골프선수가 아니거든요? 그냥 응원이나 하는 입장인데 까짓 골프장에 있든 없든 매한가지지요. 더구나 오늘 경기도 이미 끝났잖습니까? 잠자는 일밖에 더 있냐고요.”

“하긴 그렇군요. 어차피 호텔에서 주무실 예정이었으니… 호텔 간판만 바꿔달았다 생각하면 되겠네요.”

아이 좋아라! 북한 미녀 예원희를 호텔로 끌고 들어온 유호성은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도대체 북한 처녀들은 어떤 종류의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있는지, 향수는 어떤 종류를 쓰고 있는지, 샤워는 어떻게 하는지… 심지어 절정에 달했을 때엔 어떻게 소리 지르는지, 여보, 여보! 하는지… 동무, 동무! 하는지… 그 모든 것들이 궁금할 뿐이었다.

“그래도 서울에서 함께 온 동료들이 기다리지 않을까요?”

어서 옷부터 벗어던지고 말 달리고 싶은 마음뿐인데 예원희는 어찌된 일인지 다소곳이 앉아서 쓸데없는 질문만 하고 있었다.

“물론 함께 온 골프선수가 있긴 하죠. 하지만 지금쯤 골아 떨어져 있을 거예요. 내일도 경기를 치러야 하니까 컨디션 조절을 해야지요.”

“아, 그 엄청 곱게 생겼다는 여자 선수 말이지요? 그 선수 소문이 벌써 평양거리에 자자합니다. 늘씬하고, 활달하고…”

“활달하긴 뭐가 활달해요? 건방질 뿐이지요. 그리고 물색없이 늘씬한 것보다는 예원희 씨처럼 아담하고 통통한 모습이 훨씬 보기 좋지요. 안 그래요?”

“아이, 부끄러워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여자 꼬이는 말은 이처럼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법이다. 하지만 그 말이 전혀 유치하게 여겨지지 않더라는 것이 이상하기만 했다. 사랑하는 순간에 풍겨난다는 페로몬 향기 때문일까? 하여간…

“부끄럽긴 뭐가 부끄러워요? 자, 자… 이 아까운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해서야 쓰나요? 젊은 남녀가 서로 만났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는 뜻이었다. 말뿐인가? 이를 테면 그는 이념도 사상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고, 국적도 조건도 따질 필요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오로지… 급했기 때문이었다.

“아이, 먼저 불부터 끄고… 소나기 목욕부터 하시고…”

발동이 걸리자 무조건 덤벼들기 시작하는 유호성을 그녀는 요령껏 제어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미 야수로 변해버린 상대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하긴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등 뒤로 손톱만한 단추가 30여개나 달린 원피스를 입고 오긴 했지만… 그가 치맛단부터 훌렁 위로 걷어 올리는 데에야 당할 재간이 없었다.

말 그대로 원피스가 훌렁 벗겨지자 궁금하기 짝이 없던 그녀의 브래지어가 한 눈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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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