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과 몸종 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 매화나무 아래 버려진 일지매의 의적 이야기는 마치 ‘각시탈’과 비슷한 통쾌함을 국민에게 선사한 바 있다. 조선 순조 때의 문인 조수삼의 추재기이(秋齋紀異)라는 민담집에 등장해 1975년 고우영이 만화로 되살린 가담항설(街談巷說)이다.
버려진 아이를 걸인 걸치가 주워 키우다 위험을 감지한 뒤 열공스님에 맡겼고 우여곡절 끝에 청나라에 입양됐다 귀국한 아이는 의적이 되어 탐관오리와 서민을 괴롭히는 도적떼를 섬멸한다는 내용이다.
재미를 더하는 건 일지매가 ‘홍매’라는 이름의 기녀로 변장하는 대목이다. 손님대화를 엿듣는 과정에서 탐관오리와 결탁된 조직폭력배의 음모를 간파하고, 현란한 무술로 도적떼들을 물리치는 내용은 1975년 당시 입 벙긋 제대로 못한 채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발전에 매진하던 국민들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
휴일 소식 중 국민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여대생들이 열공하는 도서관에 여장남자가 잠입한 사건이었을 게다. 범행동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여장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1956년엔 20대 남자가 수년간 술집작부 행세를 하다 만취상태에서 실토하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다. 올해만 해도 여장 남대생이 여고 교실에서 물건을 훔치다 잡혔고, 지난달 검거된 대구 탈주범은 여장 도피행각을 벌였다. 작년 중국에선 여자탈의실 침입사건이, 3년 전 일본에선 60대 남자의 여탕 잠입사건이 있었다.
‘크로스드레서(이성복장 도착증)’ 심리 분석 및 이해 문제는 논외로 치자. 분명한 건, 여장은 눈속임이고, 대부분의 경우 목적이 불손하다는 점이다. 일지매가 ‘명예훼손’이라 억울해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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