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A(17) 군은 지난 2010년부터 매 겨울방학 때마다 서울 수유역, 쌍문역 등 번화가에서 군고구마를 팔아왔다. A 군은 군고구마를 이른 아침부터 새벽 1시까지 하루종일 판 뒤 5만원을 이른바 ‘일진’인 B(19) 군에게 상납했다. 군고구마 리어카를 협박에 못이겨 빌려 장사를 시작한 대가다.

“어린 학생이 고생한다”며 군고구마를 사주는 행인들이 종종 있지만 수입은 변변찮다. 하루 상납금 5만원을 채우지 못해 매번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기 때문에 빚이 계속 쌓였다. A 군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뗄감은 주변 건축자재를 주워다 사용해 군고구마를 팔았다. B 군 등 23명은 이런 군고구마 리어커 5대를 운영하면서 A군과 같은 동네에 사는 10대 35명으로부터 3년간 2600만원을 갈취했다.

군고구마를 팔게 시키고 돈을 뜯은 일진과 조직폭력배들이 최근 잇달아 검거됐다. 3월 말에는 경남 김해에서 중ㆍ고교생 9명에게 군고구마 장사를 강요해 3년간 1200여만원을 갈취한 폭력조직원 2명이 구속됐다.

경기 안성의 ‘파라다이스파’ 역시 지난해 말부터 중ㆍ고생 일진들을 하부조직에 가입시킨 뒤 군고구마 장사를 시켜 수익금 2000만원을 상납 받았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이 같은 행위가 ‘군고구마 셔틀’, ‘군고구마 앵벌이’로 불린다. 일진이나 조폭들이 15만원짜리 군고구마 리어카를 구매한 뒤 또래 아이들에게 대여해준 대가로 하루 5만원을 받는 것이다.

서울 도봉경찰서 관계자는 “길거리에서 군고구마 파는 청소년들의 배후에는 대부분 일진이나 조폭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고구마 앵벌이를 당한 피해자들은 후환이 두려워 자신의 피해사실을 숨긴다. 이 때문에 군고구마 앵벌이는 후배들에게 지속적으로 대물림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봉서 관계자는 “조폭들이 군고구마 장사를 시킬때 ‘경찰이 물어보면 용돈을 벌려고 한다’라고 답변하라고 협박한다”면서 “군고구마 앵벌이를 근절하려면 청소년들이 파는 군고구마를 시민들이 사지 말아야 한다. 또 누군가 이 아이들을 갈취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