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여전한데 국감까지…
여소야대 환노위에 CEO들 줄소환 관련 자료 챙기고 사후보고에 ‘죽을 맛’
내년 경영플랜·인사자료 챙기기도 빠듯 잦은 밤샘에 “우린 3D업종” 자조도
“10월요? 그야말로 죽음의 달이죠. 이 업종 3D(DirtyㆍDangerousㆍDifficult) 아니 4D, 5D예요.”
요즘 대다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아우성이다. 이상하다. 척박한 업종의 근로자나 박봉에 시달리는 말단 샐러리맨의 불만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최고경영자(CEO), 최고업무책임자(COO)와 함께 3대 최고경영인으로 불리며 누구나 원하는 ‘경영의 3대 꽃’으로 인정받는 CFO가 3D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의아한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CFO들의 하소연을 듣고 있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소야대’ 환노위 상황, 경제민주화 압박 등에 맞물려 기업인이 줄줄이 소환당하는 ‘국감이 달’과 관련이 크다.
자사 회장이나 사장, 실무진이 국회에 호출당한 기업의 CFO는 더욱 죽을 맛이다. 국감장 증인에게 설명자료를 챙기고, 종일 국감장에 귀를 쫑긋해야 하며, 사후 보고 처리를 하는 것이 CFO 몫이다. 이 업무는 24시간 연속된다.
10대 그룹 CFO는 “요즘 매일 거의 국감장에 오라는 소환 요구가 들어오고, 실무진을 불러대니 가슴이 매시간 덜컹 내려앉는다”며 “국감 해명자료와 대응자료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다른 CFO는 “나중에 어떻게 대응했기에 결과가 그렇게 나왔느냐는 불호령이 떨어질까 봐 잠도 안 온다”고 했다.
10월은 그러잖아도 CFO에겐 정신없는 달이다. 밤샘작업이 일상사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집안살림을 책임지는 CFO는 한 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10월 ‘곳간’ 상황을 점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다.
10월은 또 기업으로선 한 해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해 경영 플랜을 짜는 마지노선의 시기다. 당연히 경영 실적 자료와 내년도 경영 밑그림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CFO 업무다. 기업 생존을 가늠할 중대 작업으로, 한 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세밀한 작업에 매년 이 시기엔 땀 깨나 흘린다.
12월 초나 내년 초 단행하는 인사자료 준비도 CFO의 업무 중 하나다.
삼성은 인사평가 작업에 돌입했고, 다른 그룹도 임원 평가 시스템 등을 재점검 중이다. 인사 시즌이 개봉박두하면서 인사권자에게 인사 기초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일부 CFO는 그래서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정기적으로 경영층의 전략을 검토하고, 투자자들에게 회사 현안을 제공해야 하는 일도 빠듯하다.
그런 CFO들에게 국감장을 24시간 감시(?)해야 하는, 정신적으로 고달픈 가욋일이 떨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CFO 수난시대는 계속되고 있다”며 “그래서 CFO가 3D업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고 했다.
물론 여전히 CFO는 누구나 오르고 싶은, 영광의 자리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CFO를 꿰차고 싶다는 직장인은 넘치고 넘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당하지 못할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CFO의 삶을 들여다보면 글로벌 경제위기와 2012 대선 정국에서의 ‘샌드위치 신세’가 연상되면서, 그들의 우울한 자화상에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김영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