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숲 조성 관련 법률안이 규제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회색도시에 초록의 숲을 갖게 되는 여정은 먼가 보다. 숲에서 얻는 행복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난 계수나무 향기로 안다. 아직 여름이 무성한 듯해도 코 끝에 언뜻언뜻 계수나무의 향기가 느껴지면 이내 가을이 올 것 임을 알 수 있다. 지금은 그 향기가 가을과 함께 점차 농익어 간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답답하고 힘겨운 일들이 생기면 절로 내 발걸음은 계수나무들로 이어진다. 그리곤 이내 맑고 행복한 마음이 된다.

‘뜬금없이 이 가을에 계수나무 향기라니!’ 의아해할 수 있겠다. 계수나무는 수려한 가지를 부챗살처럼 펼쳐내며 아주 크게 자라는 나무다. 고향이 추운 곳이어서 내가 일하는 국립수목원의 그 많은 나무 중에 가장 먼저 가을이 오고 있음을 눈치 채고 모진 한겨울의 추위를 남보다 먼저 준비하느라 그 동글동글 예쁜 잎새들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데, 그때 향기를 낸다. 그것도 세상에서 더없이 달콤한 솜사탕 같은 향기를….

상상해 보라. 서늘한 기운이 상쾌한 이 계절, 아름다운 나무들이 줄 지어 서 있는 길을 걷노라면 마치 사방에 늘어서 있는 솜사탕가게에서 달콤한 향이 퍼져 나오는 것 같은 풍광을. 그 순간에는 목석 같은 사람도, 고민에 절망하는 사람도 절로 입가에 미소를 흘리고 마음을 풀어내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감히 장담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이 지면을 통해 여러분을 국립수목원의 계수나무 길로 초대하고 싶다. 특히 다투어 서먹한 친구와 연인 혹은 가족, 삶의 무게에 눌려 힘겹거나 영감 혹은 의욕이 차오르지 않아 방황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만일 지금 자신이 그런 상황이라면 모든 일을 뒤로하고 바로 가을이 찾아든 계수나무 아래로 달려오길 바란다. 선들선들 스치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그렇게 나무아래를 걸으며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모든 이와 공유하고 싶다.

수목원의 이 계수나무들은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들어와 심겨진 나무들이라고 한다. 이 나무들이 맺은 씨앗으로 키워진 어린 나무들이 전국으로 퍼져나갔으니 말하자면 이 땅의 모든 계수나무들의 부모들인 셈이다. 멋지지 않은가, 세월의 흐름을 의연히 지켜보며 그리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마음 같아서는 이런 계수나무를 도시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디 계수나무만 멋진가. 이 땅에는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가진 철철이 아름다운 나무와 풀들이 수천, 수만 가지에 달한다. 그런데 얼마 전 산림청이 제정을 추진한 도시 숲 조성 관련 법률안이 규제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회색도시에 초록의 숲을 갖게 되는 여정은 먼가 보다. 숲에서 얻는 행복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