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병국 기자] “갈데도 없었는데 얼마나 좋아. 부모처럼 대해주고 노래해 주고 얼마나 좋았는지 몰러. 근데 그 사람들이 무슨 죄를 지었데요?”
서울 송파경찰서에 피해자로 불려온 A(65) 할머니는 눈을 멀뚱하게 뜬 채 경찰 조사에 임했다. A 할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그애들한테 산 녹용을 먹었더니 이리저리 쑤신 몸이 다 낳았어. 다 낳았구 말고. 우리 같이 늙은이들에겐 그런 곳은 없어, 그런 애들도 없고 말고”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A 할머니는 노년을 집에서만 보내고 있었다. 옆 집에 사는 할머니의 소개로 알게 된 B 매장은 A 할머니에게는 외로움을 잊을 수 있는 곳이었다. 수백명이나 되는 또래들로부터 동무의 정을 느낄 수 있었고, 매장 직원들의 재롱은 자식들의 빈자리를 채워줬다. 자식 같은 매장 직원들은 팔다리를 주물러 주며 “치매 예방효과가 있고, 골다공증, 심장마비, 기억력 상실, 관절염, 피부질환, 담석 등에 좋다”며 슬쩍 생(生) 녹용을 건넸다.
비싼 듯 했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공연에, 직원들의 재롱에 그런 곳이 세상에 없었다.
그렇게 A 할머니는 700만원 상당의 물품(시가 350만원)을 구입했다. 70만원 짜리 냄비를 산 할머니도 있었다.
A 할머니를 포함한 500여명의 어르신들이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있는 한 매장에 아침저녁으로 출근하며, 물건을 사댔다. 시가보다 두배가 더 비쌌지만, 그런 건 상관 없었다. 공연을 통해 즐거웠고 이 곳에서 산 녹용과 홍삼을 먹으면 앓는 병이 다 가시는 듯 했다.
송파경찰서는 공연 등을 통해 할머니들을 현혹한 후 이들을 상대로 시중보다 2배이상의 가격으로 홍삼, 녹용 등을 팔아 1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본 혐의(허위과장광고)로 방문 판매 업자 A(31) 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송파구 석촌동에 300평 규모의 매장을 열어 놓고 할머니를 끌어모은 후 시가 240만원 상당의 생녹용을 438만원에, 정품이 50만원 상당인 홍삼 6년근을 128만원에 판매하는 등 어르신들을 상대로 약 1억7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할머니가 데리고 온 또 다른 할머니가 50만원 이상을 구입하면 시가 12만원 상당의 반돈 금반지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구매자를 늘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조사 했으나, 자신들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