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당신 일본사람 아닌가요?” 지난 주말 베이징 시내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은 한산했는데 옆에 앉아있던 한 젊은 중국인이 다가와 갑자기 이렇게 물은 것이다. “아니요. 나는 한국사람이요”라고 답했더니 픽 웃더니 “생긴 것이 일본사람 같아 보였다”면서 “미안하다”고 계면쩍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내가 정말 일본인이었다면 정말 봉변을 당할 뻔 했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반일감정이 끓어넘치는 젊은 중국인의 표정에서 과거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의 모습이 연상됐다. 중국에서 격화되는 반일감정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두고 격렬히 충돌하면서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이 이미 중·일 간 경제전쟁으로 비화됐다. 성난 중국인들은 극도의 반일감정을 드러내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일본기업의 공장이나 영업장을 습격해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는 경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중국 정부도 대일 경제보복 움직임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이미 중국내 일본기업들의 가동과 영업 중단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17일 일본언론에 따르면 유통업체인 이온은 시위대의 습격으로 매장이 훼손된 산둥성 칭다오의 ‘쟈스코 이오지마점’의 영업을 중단했다. 쓰촨성 청두에 있는 ‘이토요카도’도 영업을 중단했고 백화점그룹인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역시 ‘청두 이세탄’을 휴업했다. 카메라 업체인 캐논과 파나소닉도 공장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일본 기업들은 만주사변의 계기가 된 류타오후(柳條湖) 사건이 발생한 오는 18일 가장 격렬한 반일시위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도 경제보복에 조만간 돌입할 것으로 보여 그동안 중국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해왔던 일본기업들은 매출축소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16일 중국에 일본인과 기업의 안전 확보를 요구했다. 도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은 동일본대지진이 있었던 작년의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중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으나 센카쿠 갈등으로 반일 시위가 장기화할 경우 매출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에서 일본인의 신변 안전이 위협받자 구보타와 그라시에홀딩스는 직원의 중국 출장을 금지했고, 히타치제작소는 출장자와 주재원에게 안전에 최우선 신경을 쓰라고 지시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장기불황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주변의 거대한 시장인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본에게 중국은 가장 큰 교역상대국이며 놓쳐서는 안될 시장이다. 때문에 중국의 대일 보복조치는 일본기업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양국 모두 영토 문제로 국민감정이 악화한 데다 권력교체기를 맞는 국내 정치적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이번 사태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 모두 ‘극단(極端)’이란 수레바퀴를 돌려서는 안될 것이다. 수레바퀴는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누구도 멈출 수 없게 되어있다. 냉정과 자제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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