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분노 뒤엔…
이슬람교를 모독한 미국 영화를 둘러싸고 표출된 아랍권의 분노는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아랍권 전역으로 확산된 시위대의 분노는 서구문명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분노의 성격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현재 아랍권에서 분출된 분노는 사회적인 측면도 많다. 그동안 아랍권에는 이슬람 국가들과의 전쟁을 주도한 미국에 대한 분노, 경제적 침체 등이 뒤섞인 뇌관이 존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랍권에 언제든지 분출될 수 있는 반미주의가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번 시위는 튀니지나 이집트 등 이른바 ‘아랍의 봄’이 휩쓴 국가들에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주도했다. 외신들은 이들이 이번 시위를 통해 새로 들어선 국가 지도부나 서방국가들에 대항하는 힘을 보여주려 했다고 분석했다.
또 예멘 시위대의 경우, 문제의 영화를 비난하는 구호와 함께 미군 주둔을 규탄하는구호도 끊임없이 외쳤다. 미 해군 제5함대가 주둔 중인 파키스탄에서도 보수 이슬람 정당들이 문자메시지 등으로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이란에선 시위대에게 미리 제작된 미국 비난 플래카드가 배포됐다. 이는 분명히 국가가 주도한 관제시위임을 보여줬다.
이번 사태는 이슬람 내부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속살도 드러냈다. 이는 이슬람 신자들의 도덕적 행동 지침을 둘러싸고 지난 수십년 동안 진행돼 온 이슬람 내부의 투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알 카라다위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금요예배에서 “우리의 항의방식은 양식과 합리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학자 코마루딘 히다야트는 “무슬림은 신앙을 공격하는 것들에 대항할 의무가 있으나 폭력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슬람권의 많은 정치 분파들과 강경파 성직자들은 지난주 시위대를 자극하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대중들의 분노를 재빠르게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아랍의 봄’으로 분출됐던 희망이 꺾이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 등을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이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평이다.
김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