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4회> 모든 길은 하나로! 33

“권도일 선생께서는 우리 공화국에서 운영하는 교화소의 효율성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계십네까?”

제6사단장이 권도일을 끌고 들어선 곳은 평양호텔의 한식당 ‘아리랑’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100평이 넘는 홀 주위로 격자문을 단 방이 줄지어 도열되어 있는… 대단한 규모의 한식당이었다. 그러나 지은 지 오래된 호텔이어서인지 고풍스럽고 눅눅한 분위기가 홀 전체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교화소요? 강제노동을 시키는 형무소 같은 곳?”

“그렇소, 매춘은 엄하게 다스려지는 죄요. 아무리 우리 공화국을 먹여살리는 무역일꾼이라 해도 매춘을 저지르면 교화소로 직송입네다.”

“하지만 저는 합의에 의한 일이었지 절대로….”

“됐소, 진실을 밝히는 것이 바로 내 임무 중의 하나요. 하지만 나는 굳이 그 진실을 밝히고 싶지는 않습네다. 그 대신에….”

부스럭부스럭, 제6사단장은 작은 손가방을 뒤지더니 커다란 지도 한 장을 탁자 위에 펼쳐놓았다. 처음엔 전국에 퍼져 있는 교화소나 강제수용소를 표시한 지도인 줄 알고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이 보라우요. 내레 이런 말 하기가 좀 쑥스럽소. 그러니 대략적인 개요를 도형철 동무가 설명해 주시오.”

제6사단장이 도형철에게로 슬쩍 밀어놓은 지도는 500,000분의 1로 축소해놓은 북한전도였다. 신문지 반쪽만이나 할까? 허리 아래가 잘려나간 한반도 지도 위에는 붉은 유성펜으로 길게 줄이 그어져 있었다. 얼핏 보아도 신의주에서 판문점까지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 설정한 레이싱 루트, 즉 5개국 관통 랠리 코스임에 분명했다. 그런데…

“이 표시대로 신작로를 내어달란 것입네다.”

아! 그랬구나. 랠리 코스가 아니라 길을 내어달라는 말이었구나. 권도일은 일단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를테면 제6사단장은 매춘 죄로 얽어맨 협박을 빙자하여 타협을 하자는 것이었으므로.

“신작로를 내요? 이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을 이정표 삼아서 쭉쭉 뻗은 고속도로를 내자는 말씀이십니까?”

권도일은 그제야 유심히 지도를 살피기 시작했다. 평안북도 신의주 시의 외곽지역인 백마리(白馬里)에서부터 문수산 자락을 돌아 동림, 곽산, 운전, 평원을 거쳐 평양특별시에 이르는 길의 8할은 해변을 끼고 달리는 길이었으며 나머지 2할 정도가 산을 휘감아 도는 험한 길이었다.

다시 평양에서부터 강서를 거쳐 남포직할시를 돌아나와 사리원, 해주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성직할시를 거쳐 판문군 월정리(月井里) 앞에까지 이르는 지방도로. 그 길은 넓고 평탄한 들판을 가로지르고 있었으니 공장지대를 거치는 산업도로와는 전연 상관없었다.

총 400킬로미터에 이르는 그 길은 어쨌거나 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농작물을 평양으로 직송하기 위한 길도 아닌 것 같았으니 혹시…

“군용도로를 계획하셨나요?”

“군용도로라고 하셨소? 허허! 천지가 개벽한 이 마당에 무얼 하려고 군용도로를 만들겠습네까? 관광도로입네다.”

“관광도로? 그럼 서해안을 따라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말씀입니까? 금강산 관광이 재미가 쏠쏠했나요?”

“그것도 왕복 12차로! 중간 휴게소에서 미제 단물도 파는 고속도로로 만들어야 합네다.”

그는 미제 단물이란 말에 힘을 주었다. 물론 코카콜라를 일컫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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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