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무선통신기술 발달 모바일 결제시대 열어…현금 · 신용카드 없어도 스마트폰 하나로 경제생활 OK

‘구글지갑’ 거래량 작년의 3배 현재 25개국 가맹점들이 채택

애플, NFC결제 관련 특허 23개 아이폰 ‘패스북’ 앱 선보여

SKT 스마트월렛·신한銀 주머니 앱 등 국내 이통사·금융사도 잇달아 출시 수수료·표준화 등 아직은 갈길 멀어

직장인 A 씨는 커피 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다. 점원이 “적립카드나 쿠폰 없으세요?” 라고 물어 주섬주섬 지갑 곳곳을 뒤졌지만 이 브랜드의 적립카드가 보이질 않는다. 아뿔싸, 적립카드와 쿠폰을 모아둔 카드 지갑을 집에 두고 왔다. 영수증을 받아 꼬깃꼬깃 접어 다이어리에 끼워 둔다. 가계부를 적기 위해서지만 귀찮아서 실제 가계부를 적은 지는 한참 됐다. A 씨가 할 수 없이 할인을 포기한 사이 대학생 B 씨는 지갑도 없이 커피를 주문하고 스마트폰을 카드 단말기에 가져다 댄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이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 자동으로 뜬다. 10% 할인 쿠폰을 선택하자 “3150원이 결제됐습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3500원짜리 커피가 주문됐다. 결제 내역은 자동으로 앱에 기록되고 이달의 카드비 지출내역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근거리무선통신기술(Near Field CommunicationㆍNFC)이 발전하면서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경제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시대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NFC는 10m 이내 짧은 거리에서 13.56㎒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해 무선으로 통신하는 기술이다.

구글은 지난해 5월 씨티은행, 마스터카드 등 금융기관과 손잡고 NFC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구글지갑(Google Wallet)을 선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시를 시범지역으로 점차 사용 지역과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다. 온라인 구글지갑 사용자 계정은 지난해와 비교하여 2배 이상 증가했고, 온라인 구글지갑 거래량도 3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25개국 나라의 가맹점들이 구글지갑 시스템을 채택했다. 주로 소매점, 교통비, 퀵서비스 등 용도로 사용된다. 미국의 경우 패션 브랜드 ‘GAP’ ‘뉴저지 트랜짓’ ‘월그린’ 등 14만개 이상의 가맹점들에서 구글지갑으로 결제할 수 있다.

애플 역시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패스북(Passbook)이란 앱을 선보였다. 패스북은 항공권, 영화 티켓, 각종 쿠폰, 회원 카드, 등을 한 곳에 모으는 앱. 아이폰의 패스북 앱을 스캔해서 항공 체크인을 할 수도 있고, 영화관에 들어갈 수도 있다. 다양한 쿠폰을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쿠폰의 유효기간이 언제인지, 콘서트 자리가 어디인지, 커피전문점 카드 잔액이 얼마가 남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GPS를 이용하기 때문에 공항에 도착할 때나 매장에서 상품권 또는 쿠폰을 사용할 때처럼,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팟 터치를 깨우면 관련 패스가 잠금 화면에 나타난다.

아이폰은 NFC를 탑재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결제는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패스북이 주목받는 것은 애플이 NFC 결제에 관련된 ‘아이월렛(iWallet)’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 미국 특허청의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2009년부터 NFC 결제와 관련된 특허를 23개를 획득했다. 이들 특허는 다양한 NFC 결제 서비스 구현방식을 담고 있다. 패스북에 구현된 것처럼 특정시간 또는 특정장소에서 다르게 작동하는 결제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NFC를 이용한 결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지만 필요성을 느낄 경우 언제라도 모바일 결제시장에 뛰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이동통신사도 모바일 결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모바일 결제 앱은 SK텔레콤의 ‘스마트월렛’. 휴대폰 소액결제나, 모바일 신용카드, T머니를 통해 결제도 하고 다양한 모바일 쿠폰을 넣고 다닐 수 있어 지갑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유플러스 스마트월렛’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앱을 지난 2월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KT의 ‘올레마이월렛’은 본격적으로 NFC를 이용한 국내 모바일 결제 앱이다.

금융사도 신용카드가 점유한 결제시장을 모바일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KT와 손잡고 직접 본인의 계좌로부터 금액을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주머니’ 앱을 선보였다. 충전된 금액은 QR코드나 NFC를 통해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나 KT 휴대폰 요금 납부에 쓸 수 있다. 하나은행의 ‘하나N월렛’은 주머니와 유사한 선불형 전자화폐지만 쿠폰 기능 구입과 용돈 조르기 기능, ATM 기기에서 다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을 갖춰 활용도를 높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NFC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통사와 금융권의 결제 앱도 다른 결제수단을 병행하거나 NFC 기능을 포기했다. NFC를 이용하는 방식을 두고 이통사와 금융권, 플랫폼 제공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구글지갑은 당장 한국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국내법상 전자지급 결제업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구글은 자회사를 설립하고 등록을 시도했으나 금융관련 업무를 해외에 외주를 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애플이 NFC 결제 서비스를 시작해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와 금융권이 제공하는 NFC 결제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 방통위는 3월 모바일 결제협의체 ‘그랜드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고 10월부터 명동 일대를 중심으로 NFC 결제 시범사업을 3개월간 진행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NFC 결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미미해 “실제 스마트폰으로 결제한 손님은 하루에 한 명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명동 상인들의 반응.

결제 단말기와 결제수수료율도 관건. 대당 20만원의 단말기 비용과 0.1% 수준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가맹점, 이통사, 카드사, 결제대행업체가 서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표준화 작업도 문제다. 지난해 정부 주도로 국내 카드사는 비자ㆍ마스터 등 해외 프로세싱 기업에 대한 결제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독자적인 표준안 제정에 착수, KS 표준안을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다국적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NFC포럼의 국제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비자카드와의 마찰이 빚어졌다. 향후 국제표준 마련 과정에서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호연ㆍ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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