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2회> 모든 길은 하나로! (31)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잠시 높은 하늘로 올라가 지구를 내려다보노라면…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다가서서 보면 그들은 한 결 같이 고난과 근심을 헤치며 인생살이라는 바다를 헤엄쳐 나가는 중이었다.
“밤바람은 아랫도리에 시원하고… 강프로 님 입김은 목덜미에 뜨거워요.”
“그 목덜미에 별빛마저 쏟아지니 정말 아름다운 밤이오.”
신희영은 밤마다 게리플레이어 골프장 그린 위에서 강준호와 상열지사를 벌이는 재미로 살아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강준호에게는 그것이 일생을 건 사업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재벌 마나님 하나만 잘 꼬이면 남은 인생은 순풍에 돛 단 격일 테니까. 하지만 밤새워 벌인 짓이 매 맞을 짓이라고… 그토록 침 바르고 공들인 신희영은 조만간 빈 털털이로 쫓겨 날 처지였다.
그런가 하면,
“자, 자! 현양. 이 옷자락 좀 손으로 들고 있어 봐요. 어쩜 엉덩이 빛깔이 이토록 아름다울까? 마치 복숭아 같아.”
정작 마음속에 찍어둔 사람은 강유리지만… 지금은 현성애의 엉덩이에 반해버린 유민 회장, 그는 이런 식으로 시인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 여기는 현성애. 피는 물보다 뜨겁기 때문일까? 막상 상열지사에 돌입하면 먼저 허리를 비틀기 시작하지만, 유민 회장이 부인 신희영을 레전드 골프장 절벽으로 불러와 밀어버리는 꼴을 두 눈으로 보고 싶을 따름이다.
그 뿐인가?
운동선수로서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강유리는 어쩌다 재벌가문의 아들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팔자가 어수선해서일까? 사랑하는 이의 아버지와 잠시 사랑의 해프닝이 있었던 사실에 그만 발목을 잡히고 마는데… 난 그래도 좋아요! 하고 복창하며 그녀에게 매달리는 유호성을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재벌 가문의 외동딸 유한솜은 또 어떤가? 하필이면 원수 집안의 아들 권도일에 반해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데… 그 짝사랑의 바다에 한승우가 뛰어들어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평지풍파를 일으키려 하니 이걸 어쩌나.
이렇게 얽히고설킨 중에 선거를 앞둔 대선주자는 유민 회장과 거성재벌을 이용해 5개국 관통 랠리를 추진하고 선거에 북한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 그런데 북한에선 북한대로 대선주자를 이용하여 신의주와 평양 간에 고속도로를 깔려 하니 눈치싸움이 극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두려운 것은… 자동차 개발과 진화를 원치 않는 범 아랍권 석유카르텔의 하나인 N-Dos단에서 5개국 관통 랠리를 이용하여 무서운 일을 벌이려 하는 것이다. 그들은 마침 랠리 카가 북한 영토를 통과한다는 소식에 잔뜩 고조되는데, 비밀의 땅 북한에서야말로 자기들의 음모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까닭이었다.
“당장 노스 코리아로 가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시오.”
N-Dos단의 우두머리는 드디어 하부조직에 명령을 내렸다. 기회를 보느라 오랫동안 참아 왔던 명령이었다.
“그를 만나서… 이번 5개국 관통 랠리를 오픈방식으로 개최하도록 사주하시오.”
“오픈방식이라면 프로와 아마추어 레이싱 선수 모두를 경기에 참여시키도록 유도하란 말씀이십니까?”
“물론이오. 단, 전 세계의 유수한 자동차 관련 기술자들을 아마추어 선수로 뛰게 유도하시오. 엄청난 상금을 걸고 금전공세를 펴도 무방합니다. 우리가 이스라엘 점령지역 에이발 산기슭에서 코리아의 전략형 공기역학 기술자인 공평호 박사를 처단했듯이… 이번 기회에 북한 땅에서 전 세계의 자동차 관련 기술자들을 몰살시켜버립시다.”
서로 힘겹게 인생살이의 파도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사람들 배후에서는 곧 쓰나미보다도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될 음모가 음습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