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그리스 등 재정위기국 조달금리 급등으로 ‘고통’ 반면 獨은 이자비용 사상최저

남유럽기업 경쟁력 떨어뜨려 ECB 국채매입 여부 초미관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 재정위기국 기업들의 차입금리가 급등하면서, 악화된 유럽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은 유로존 분열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유로존 기업들의 조달비용이 유로존을 양극화시키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FT는 ECB 자료를 인용해 스페인 중소기업의 평균 이자비용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독일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기업들의 7월 은행 이자율은 각각 6.5%와 6.2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반면 독일 기업들의 이자율은 4.04%로 2003년 ECB가 통계를 낸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FT는 이 같은 현상이 남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혹독한 긴축 정책으로 타격을 받은 스페인과 그리스 등지에서는 기업들이 조달금리 급등으로 더욱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국가신용등급부문 대표 데이비드 라일리는 FT에 “유로존 분열상이 더 악화됐다”면서 “이는 유로화 존속의 명분을 약화시키고, 유로존이 붕괴되는 것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급격하게 양극화된 조달비용은 6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ECB통화정책회의에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다. 이날 통화정책회의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이 도입될지 여부로 초미의 관심을 받고있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면서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에도 재정위기국의 채권을 다시 매입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3일 유럽의회 비공개 청문회에서 “ECB가 재정위기국의 2년 또는 3년물 국채를 매입할 수 있고, 이는 시장과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유럽연합(EU) 조약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EU조약은 ECB가 유로존 회원국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드라기 총재가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 매입이란 선물을 시장에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은 ECB가 조달 금리도 0.5%로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ECB는 이미 금리를 기록적으로 낮은 0.75%로 유지하고 있다.

<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