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람’이 흥행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이웃사람’은 개봉 당일부터 그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점령한 ‘도둑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누르고 당당히 정상에 올랐고, 지난달 22일 개봉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휘 감독은 첫 연출작의 흥행세에 기분이 좋은 듯 얼굴 가득 미소가 번져 있었다. 이번 영화가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느냐며 인사 차 던진 질문에 김 감독은 “제한적인 등급이 있기에 잘 될 거란 예상을 하지 못했다. 아직 (영화가) 잘 됐다고 말하기엔 이른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누구든 자신이 만들어 낸 결과물에 쉽게 만족하지 못하듯 김 감독 역시 자신의 작품에 대해“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다”며 한숨지었다. 첫 연출작인만큼 심혈을 기울였지만 만족하지는 못했다.
“결과물은 실망스럽죠. 많이 허술했던 것 같아 속이 상해요. 물론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시점과 만든 사람들, 분석하시는 분들의 평이 다 다르긴 하지만요.(웃음)”
사실 이번 영화는 김윤진을 제외하고는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배우는 없다. 물론 흔히 말하는 ‘네임밸류’가 있는 배우가 없었다. 상업영화인만큼 캐스팅 과정에서 걱정 되지는 않았을까.
“전혀 걱정 되지 않았어요. 원래 콘셉트가 그런 걸요 뭐.(웃음) 대규모의 영화도 아니고, 원래 캐릭터의 재미를 잘 살려야 하는 영화에요. 연기력이 검증인 데다가 캐릭터와 싱크로율도 환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강풀 작가님의 원작 속 캐릭터와 아주 많이 닮으신 분들이죠.”
앞서 김윤진은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 김휘 감독의 데뷔작인 ‘이웃사람’의 출연제안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는 ‘하모니’ 당시 호흡을 맞춘 김휘 감독의 실력을 믿는다고 전했다. 이에 김휘 감독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윤진 씨가 하시겠다고 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데뷔 작품을 해주시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감사 드릴 뿐이죠. 그리고 ‘하모니’때는 정말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배우들끼리 서로 교류도 있었고, 워낙 이야기 자체가 함께 찍는 단체 신이 많으니까요. 그에 비해 ‘이웃사람’은 단독 신이 많고, 촬영도 촉박하게 흘러가서 힘드셨을 거에요.”
영화 속 모든 사건, 사고의 발생 지역은 아파트일 뿐이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공간이 단연 제약돼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공간적인 제약에도 불구 세심한 촬영 기법과 전략으로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집에 다 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 가운데 승혁(김성균 분)의 모습을 통해 자신도 저런 범죄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영화의 서스펜스를 형성해 준 것 같고요.”
극중 최고의 콤비는 바로 살인마 김성균과 사채업자 마동석이다. 두 사람의 코믹한 대결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사르르 녹여준다. 특히 거칠고 재미있는 입담과 힘으로 김성균을 제압하는 마동석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마동석이 분한 안혁모 캐릭터는 “수호천사는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혁모는 의도적으로 편안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로 만들었죠. 사실 어린 중학생 소녀에게 사채 전단지를 준다고 가정했을 때, 절대 웃음을 주는 대상이 아니죠.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당연히 안혁모를 응원하지만 사실 주민들에게 끼칠 악영향에 대한 환기가 필요하죠. 주로 사회에서 보면 안혁모 같은 캐릭터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폭력과 돈이잖아요. 우리가 힘들 때 일정 부분 기여하는 건 있을 거예요. 안혁모 같은 폭력의 계층은 실제로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안점을 뒀죠”
김성균이 이번 영화에서 선보인 살인마 류승혁은 허술하고, 힘도 약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안혁모에게 ‘끽’ 소리 제대로 내지 못한다. 김 감독은 류승혁을 통해 기존의 수많은 작품 속에서 보여진 완벽한 살인마를 틀을 철저히 깨부쉈다.
“제가 개인적으로 스릴러 영화를 좋아해서 연쇄 살인마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대부분의 연쇄 살인마는 특출한 재능을 받은 것처럼 표현되더라고요. 싸이코패스, 특출한 아우라를 갖춘 인물이라 수사 담당자와 두뇌 싸움을 벌이죠. 하지만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들여다보면 살인마들은 저급한 부류에요. 주로 방어 능력이 약한 사람들을 유린하고, 자신보다 강자인 사람은 피해가죠. 그 부분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살인마가 사회구조적으로 피해를 당했다거나 불우한 환경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여지를 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사건 일지를 보면, 그 캐릭터에 대한 분노가 치밀더라고요.”
그가 말하는 이번 영화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이웃 간 단합이 아니다. 그저 김 감독은 단절된 사회를 통해 현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원작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보고, 사람들이 연대를 해서 공동의 범죄를 예방하는 모습이라면 저는 우리 현실의 단면 즉 소통이 단절되는 모습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어요. 현재 우리의 모습, 궁극적으로 아주 이기적이고 주변과 소통하지 않는 모습이 강력범죄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