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연구가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시간만으론 삶의 질 해결 안돼 법 제정해 조직적으로 실행해야
“40~50대 한국 남자들은 여가시간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아요. 기껏 해야 등산 정도죠.”
여가학을 전공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최석호(48) 레저경영전문대학원장은 제도적이고 시간적으로만 여가시간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니까 금요일 오후부터 2박3일간 기숙학원에 들어갑니다.”
최 교수가 여가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여가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화두인 복지 문제를 놓고 보수와 진보가 싸우고 있어요. 여가 문제를 법적 근거를 갖추고 최소한의 조직으로 청소년, 중년, 은퇴 이후 등으로 나눠 시행하면 이것만 한 복지가 없어요. 여야 대립이나 좌우 대립도 없어요. 복지예산만큼 돈도 많이 들지 않아요. 여가가 삶의 질에 대한 욕구, 복지, 웰빙을 해결해주는 대안이 될 수 있어요.” 이를 위해 여가 정책 포럼을 이끌고 있는 최 교수는 여가기본법 제정을 위해서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최 교수가 여가를 평생 연구하기로 한 것은 1990년대 초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사회과학방법론을 공부하기 위해 성균관대 대학원에 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여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부터다. 전국 도서관에서 여가 관련 책을 구하고 여가 논문들을 복사해 공부했다. 그러던 중 크리스 로젝의 여가 이론은 단연 눈에 띄었다.
“로젝 교수의 책은 기존 여가 이론과 완전히 차별화돼 있었어요. 여가란 자유, 해방, 탈출, 즐거움의 추구라는 기존 정의에 반기를 든 거죠. 여가에는 그런 측면도 있지만 의무적인 면과 저항과 투쟁의 속성도 지녔다는 점을 밝혀 왜곡된 여가를 바로잡고 여가의 지평도 확대했죠. 로젝은 카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에밀 뒤르켕, 미셸 푸코를 섭렵하고 그들이 여가를 이해하는 방법을 종합해 자신의 여가관을 만들었어요.”
최 교수는 70년대 청년들의 장발, 통기타, 청바지 문화는 여가이자 독재 체제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한다. 존 바이스나 밥 딜런은 음악을 하면서도 반전(反戰) 등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을 담고 있다. 폭주족에게 집단 폭주는 스트레스 해소의 여가활동이지만 경찰은 범죄이자 위반행동이라며 단속한다.
따라서 최 교수는 자유, 해방, 자율 결정, 즐거움에 대한 추구를 중심으로 한 정의보다는 여가 그 자체를 탈중심화(decentring leisure)함으로써 맥락의존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로젝 교수의 생각을 존중한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의 여가도 이에 맞춰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 교수는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여가도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다고 한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데 50대 중반에 은퇴해 인생 절반을 집에서 가만히 앉아 보낼 것이냐는 것이다.
“이제 선진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여가 문제를 연구해야 해요. 여가는 글로벌 시대로 가고 있어요. 싸이를 보세요. 우리 민족은 가무에 강해요. 이게 빛을 발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서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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