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는 경제 위기 극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축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도 ‘경제’로 모두 18차례 쓰였다. 경제에 이어 10차례 사용된 ‘대한민국’과 7차례 사용된 ‘창의’ 역시 경제를 비롯한 국가발전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주로 등장했다.
대북 메시지에서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 깜짝 카드는 없었으며 기존의 대북정책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관심을 모았던 독도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전시(戰時) 여성 인권문제’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2008년 녹색성장, 2009년 친서민 중도실용, 2010년 동반성장, 2011년 공생발전 등 취임 후 매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정철학 화두를 제시해온 이 대통령은 올해에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며 ‘코리안 루트’를 내세웠다.
▶“정치는 임기 있지만 경제는 임기 없다”=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경제 위기 극복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세계 경제 회복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이어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해 모든 나라에서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수출이 줄어들고 내수 경기가 활력을 잃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가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며 기업과 노동계, 정치권도 적극 협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저와 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일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전력을 쏟을 것”이라며 “정치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와 민생은 임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이 대통령이 경제 위기 극복에 가장 큰 비중을 둔데 대해 “사회 문제의 대부분이 경제에서 출발하는데 지금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재정 확장 정책이나 추가경정예산 등 구체적인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선진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기존의 선진국 ‘따라잡기’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며 ‘코리안 루트’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남을 따라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가 앞장서서 길을 열어가야 한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도 언급 없지만 위안부 거론하며 日 압박=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가장 관심을 모았던 독도 관련 대목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위안부 문제를 ‘전시 여성인권문제’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또 “일본은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자 체제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이며,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할 중요한 동반자”라면서도 “일본과의 과거사에 얽힌 사슬이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지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도가 빠진데 대해 “독도 문제는 이미 행동으로 보여줬으므로 경축사에 담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통령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독도를 직접 방문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토수호 의지를 충분히 보여준 만큼 굳이 경축사에서 거론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기존의 대북정책 원칙을 재확인하고 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 여부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원칙 있는 대북정책은 실질적으로는 상당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며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정상적인 관계의 토대 위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제 북한도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 됐다”면서 “우리는 그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 볼 것”이라며 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를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남북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통일준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제의 등 깜짝 제안은 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최근 적십자채널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조건으로 걸고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호응해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