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수 후 첫 순현금 구조로

기아자동차가 1998년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총차입금보다 보유 현금이 많은 순현금 구조를 달성했다. 외환위기 이후 수조원의 부채를 탕감받고 가까스로 법정관리를 졸업했던, 금융위기 당시에도 엄청난 빚에 허덕이던 기아차가 판매 증가에 따른 현금 유동성 확보로 드디어 환골탈태에 성공한 것이다.

기아차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 콜에서 보유 현금이 지난해말 3조9340억원에서 지난달 말 5조650억원으로 1조131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차입금은 5조6070억원에서 4조8280억원으로 7790억원이 줄어들어 올해 상반기 순현금구조를 달성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순현금(현금-차입금)구조는 아예 빚을 내지 않는 무차입 경영과는 달리, 보유 현금이 차입금(빚)보다 많은 건전한 재무상태를 의미한다. 과거에도 일시적으로 현금이 빚보다 많았던 적도 있었지만, 직접 벌어들인 돈으로 빚을 갚아 순현금구조를 갖춘 것은 지난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기아차가 순현금구조를 달성한 것은 실적증가에 따른 현금 유동성 증가가 주된 이유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자동차 수요 증가도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아차는 꾸준히 실적 개선을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같은 기간 보다 무려 9.5% 증가한 24조340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5.5% 증가한 2조3397억원, 순이익은 10.4%가 늘어난 2조2977억원으로 집계됐다. 모닝, 프라이드, K5 등 주요 차종 판매가 늘어나고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면서 판매량과 실적은 지속적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사실 기아차는 빚에 대해서는 유독 설움이 많은 기업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높은 부채 때문에 부도를 맞았고, 4조8000억원의 부채 탕감과 2조5000억원의 출자전환을 조건으로 현대차에 인수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부채가 10조원을 넘어 또 다시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후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정의선 부회장의 디자인 경영이 탄력을 받으면서 일대의 혁신을 일궈냈다. 현재 주요 그룹 중 순현금 구조를 갖추고 있는 기업은 삼성과 현대차 등으로, 기아차도 이번에 순현금 구조를 갖추게 됨에 따라 재무구조가 튼실한 우량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 1997년 자본잠식으로 부도사태를 겪었던 기아차가 현대차 인수 이후 뼈를 깎는 부활과정을 거쳐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라며 “특히 순현금 구조에 따라 위기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이자 등 금융비용 감소로 인해 재무구조가 선순환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