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말이 있다. 그 안에는 디자인이 곧 제품 경쟁력이란 선조의 혜안이 담겨 있다.

차이가 있다면 점차 ‘다홍치마’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량 생산체제, 글로벌 시장경쟁에 접어들면서 가격 경쟁력의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생활수준이 향상된 고객은 점차 소비에서도 미적 즐거움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젠 ‘다른 값이라도 다홍치마’란 말이 어울릴 정도다. 그만큼 디자인은 이제 기업을 웃고 올게 만드는 핵심 역량으로 자리매김했다.

디자인 경영이 기업에 주는 효과는 이미 여러 조사에서 증명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등에 따르면, 디자인은 R&D 대비 3분의 1 비용만 투자해도 매출 효과가 R&D(5배) 보다 3배(14.4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성공적인 디자인을 확보한 중소기업 4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들 중소기업이 제품 디자인 개발에 투자한 돈이 평균 2600만~3000만원 수준이었는데, 해당 제품의 매출 효과는 투자 대비 220배 수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기아자동차는 디자인 경영을 앞세워 새롭게 탈바꿈한 기업의 대표적인 예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로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해 화제를 낳았다.

세계 3대 디자인상은 iF, 레드닷, IDEA로 기아차는 프라이드가 올해 수송디자인 부문 동상을 수상하면서 기존 수상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디자인 경영의 성과를 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며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기아차가 이처럼 새롭게 변모한 건 정의선 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005년 기아차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특히 아우디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건 업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크리스 뱅글,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다자이너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수많은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그는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로 상징되는 패밀리 룩(차량 디자인 통일)을 만드는 등 기아차에 디자인이란 새로운 DNA를 입혔고, 파격적인 디자인의 박스카 쏘울, 기아차의 대표 세단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K5 등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기아차가 디자인에 쏟아낸 애착은 판매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동안 수출이 전년 대비 16.4% 증가하는 등 국내외 총 124만2035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카드도 디자인 경영을 앞세워 신용카드 시장에서 강자로 변신한 기업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회사, ‘토털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팀을 선정해 새롭게 기업 CI를 구축했고, 회사 고유의 국ㆍ영문 서체도 개발하는 등 차별화된 디자인 역량을 꾀했다.

디자인포럼면 메인)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기업, 디자인에 울고 웃다
디자인포럼면 메인)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기업, 디자인에 울고 웃다

M카드, S카드 등 알파벳을 활용한 디자인의 카드나 다양한 색상을 활용한 카드 등 신용카드에 디자인을 더하는 시도로 후발주자의 한계를 딛고 카드업계 대표기업으로 변모했다. 대기업뿐 아니다. 중소기업도 디자인 경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안경 테, 선글라스 등을 생산하는 업체 해리는 지난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자인역량강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색상과 착용감을 향상시킨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했다. 해리 관계자는 “일본 대형 안경유통업체와 50만달러 계약을 체결하고 유럽,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앤드디라는 중소기업 역시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지난해 수출중소기업 디자인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공기청정기의 디자인을 한층 도시적이고 사용하기 편리한 형태로 바꿨다. 그 결과 우수디자인 제품에 선정됐고 동양매직을 통해 월 300대 이상 납품 중이다. 이앤드디 측은 “이 제품을 통해 올해 약 3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고, 향후 연간 7000대 수준의 판매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디자인 경영으로 성공한 기업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 주머니가 없는 진공청소기 등으로 유명한 다이슨도 역발상의 디자인을 제품에 도입해 성공한 경우이다. 사업 초기에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으로 제품 생산 기술을 대기업에 팔려고 한 적도 있었으나 디자인과 기술력을 앞세워 독자 경영에 나섰고,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덴마트 오디오 전문제작회사인 뱅앤울룹슨은 감각적인 색상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차별화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뱅앤울룹슨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 덕분이다. 뱅앤울룹슨의 제품 개발은 기술 개발 이후 디자인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을 먼저 결정하고서 이후 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을 거친다.

엔지니어보다 디자이너의 의견이 더 힘을 발휘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배경이다. 디자이너의 생각과 엔지니어의 의견을 조율하는 ‘아이디어 랜드’를 운영하는 등 디자인 경영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내 제도도 구비했다.

그밖에도 애플이나 이케아, 아라비아핀란드 등도 특색있는 디자인 경영으로 널리 명성을 떨친 기업으로 꼽힌다.

dlcw@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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