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지방 항만공사 사장자리에 국토해양부 고위직 간부 출신들을 심는 정부의 무차별 낙하산 인사에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11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현 노기태 부산항만공사(BPA) 사장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오는 16일까지 신임사장을 선임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복수로 추천된 후보들을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PA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응모자 가운데 복수의 후보를 선정,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하고 운영위원회는 후보들에 대한 평가점수를 내 국토해양부장관에게 전달, 장관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사장 후보는 임기택(56)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과 송정규(59) 전 한국도선사협회 회장.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현재 이들 후보를 놓고 점수를 평가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 BPA 사장 내정설’이 흘러나오면서 국토해양부가 사실상 고위직 간부 출신인 임 원장을 내정하고 절차요건만 채우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항만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임 원장이 BPA 사장으로 내정됐으며, 심지어 후속인사 명단까지 구체적으로 나돌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산지역 시민ㆍ사회단체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자기사람 심기는 인천항만공사와 울산항만공사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문제가 되기도 했다.

BPA 신임 사장으로 임 원장이 결정될 경우 인천항만공사 사장(김춘선 전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차장), 울산항만공사(박종록 전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차장) 등이 모두 국토해양부 1급 출신 고위공무원으로 채워진 셈이다. 또한 올 10월에 교체될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현 이상조 전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이사장)도 김영석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차장으로 낙점될 것이라는 소문이 관련업계에는 파다한 상황이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방 항만공사 사장자리가 대부분 국토해양부 1급직의 전유물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BPA 사장직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낙하산 인사’ 방침은 부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고위직 인사를 일방적으로 임명하려 한다면 지역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박인호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산항의 수장인 BPA 사장 자리가 국토해양부 고위급 피난처 역할로 전락해서야 되겠느냐”면서 “이는 항만공사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시민정서에도 완전히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BPA 사장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정부와도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전세계를 상대로 발로 뛰며 물동량 확보에 직접 나설 수 있는 글로벌 시각을 가진 CEO형 민간전문가가 선정되어야 부산항의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역 여론의 반발이 심해지자 국토해양부는 최근 인사를 통해 임기택 전 해양안전심판원장을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했다. 이 같은 인사는 임 전 원장의 BPA 사장 내정설이 퍼진 뒤여서 부담을 느낀 국토해양부가 일단 임 전 원장을 공직에서 물러나게 한 뒤 곧바로 부산항만공사 사장에 임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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