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세계 경기 침체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 구리, 금, 원면 등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며, 가격하락폭 역시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원자재값의 ‘슈퍼사이클(장기 상승세)’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다우존스-UBS 상품지수에 따르면 원유와 구리, 원면 등 원자재 가격이 지난 2월이후 평균 9%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2개월 전까지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원유 가격은 이날 오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3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면 가격은 올해 들어 22% 떨어졌다. 미국산 열연강판 기준가격은 최근 2개월 사이에 13% 내려갔다.
금값도 내렸다. 유럽의 실업률 상승과 지표부진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금값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8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4% 내린 온스당 1597.70달러에 거래됐다. 은도 0.4% 하락했다.
부진한 경제지표는 구리가격도 끌어내렸다. 구리선물 9월물은 전날보다 0.8% 하락한 파운드당 3.469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원자재값의 급락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퍼진 탓이다. 몇개월전까지도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 회복과 중국 성장세에 대해 낙관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의 경기둔화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됐고, 유럽 재정위기는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우려도 제기됐다.
원자재값 하락세는 소비자들에게는 청신호다. 원자재값 내림세가 소비자 물가 하락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 2년 만에 처음 하락했고, 휘발유 의류 커피 등 가격도 큰 폭으로 내렸다.
경기부양 압박을 받는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들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줄어 경기부양책을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원자재값 하락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재고 증가와 공급 과잉이 문제다. 스미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빌 스미드 최고경영자는 “주요 원자재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있다”며 “불황으로 수요가 둔화돼 상품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하락에 대한 반발 심리와 투자 축소 등으로 상승세가 회복되거나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