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축구·배구 등 스포츠중계 팬들 “가려운곳 팍팍 긁어 주는 느낌” 팟캐스트·IPTV 등으로 열풍 확산
나와 똑같은 유니폼 입은 중계자 공간은 달라도 묘한 동료의식 선물 인기 힘입어 기업체들도 잇단 합류
노골적인 ‘편파 방송’이 인기다. 은근슬쩍 편파 ‘적’인 게 아니라 대놓고 편을 든다. 다른 한쪽은 공격의 대상이다. 중심엔 야구, 축구, 배구 등 스포츠 중계방송이 있다.
경기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한ㆍ일 월드컵 때처럼 광장에 모이지 않아도 함께 응원하는 ‘내 편’이 느껴진다. 중계자는 나와 똑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응원팀이 도루하면 기동력이 뛰어난 거고, 상대팀이 번트하면 매우 ‘얍삽’한 전술인 거다. 같은 팀은 신나지만 상대 팀이 들으면 약오르는 게 묘미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딴지일보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도 스포츠 중계는 아니지만, 정치ㆍ사회적 성향으로 내 편과 네 편을 가른
대표적인 편파 방송이다. 최근 정치ㆍ문화ㆍ스포츠를 아우르는 편파 방송이 스마트폰 앱, 모바일 웹, 인터넷을 중심으로 만개하고 있다.
▶ “내가 심판 볼까”…돈 내고서 보는 스포츠 ‘편파 방송’= 팟캐스트 시대를 본격화한 아프리카TV와 판도라TV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스포츠 편파 중계를 진행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방송을 만들 수 있어서, 제도권 방송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형태의 방송 프로그램들이 일찌감치 발달하기 시작한 것. “아웃인데 세이프 판정이 났다” “저게 어떻게 스트라이크냐” 등 방송 아래로 실시간 올라오는 댓글도 모두 ‘편파’적이다.
판도라 TV가 지난해 4월 시작한 편파중계 ‘팬캐스트’는 1700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확보하고, 그 인기를 배구 중계 등 다른 스포츠로 이어간 바 있다.
편파 방송은 팟캐스트를 넘어 IPTV 속으로 진입했다. 케이티(KT)와 스포티비(SPOTV)에서는 ‘전설’급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기아 출신 김성한, 김봉연과 두산 출신 ‘불사조’ 박철순 등 9명의 전담 해설위원이 포진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편파중계 최고 시청횟수는 48만여회, 시청가구수는 약 11만3000가구로 집계됐다.
구단 자체 방송도 등장했다. 한화이글스는 이봉원, 안상태 등 한화팬 개그맨들이 구단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 스마트폰 앱,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매주 2회씩 중계한다. 또 인기 웹툰 작가인 최훈과 장이가 연재하는 ‘이글스 웹툰’도 한화 입장에서 그려내는 ‘편파 만화’라고 볼 수 있다.
▶공중파에선 불편했던 ‘편파’… 드러내니 재밌네= 최근 ‘편파’를 표방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기기 전부터 ‘편파 방송’은 무수히 존재했다. 엄밀히 따지고 들자면 방송뉴스, 신문, 인터넷언론 등 이 세상에 ‘편파적’이지 않은 건 없다. 다만, 대놓고 하는 ‘편파 방송’은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얻기 위해 시ㆍ청취자들이 능동적으로 선택한다는 게 차이다.
전통적으로 축구 국가대항전은 편파중계 논란의 핵심에 있었다. 전 국민이 한국팀을 응원한다고 해도 과도한 감정이입과 비난은 재미와 감동이 아닌 불편함을 안겨주기 때문. 하지만 ‘우리 편만 봐’라고 하는 편파중계는 편안함 그 자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팬이 됐다는 주부 이소영(32) 씨는 “결혼 후엔 아이 때문에 야구장 관람이 힘들어졌다”면서 “주로 편파 해설을 듣는데, 응원석에 있는 듯 편안함과 소속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편파 방송을 표방하는 정치 콘텐츠 ‘나꼼수’는 아이튠즈 세계 팟캐스트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공정성과 사실 확인 여부 등에 대한 시비로 최근 그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수많은 ‘편’과 ‘팬’을 거느리고 있다.
한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이상호(남ㆍ41) 씨는 “‘나꼼수’부터 ‘나는 딴따라다’ ‘나는 꼽사리다’ 등 딴지일보 팟캐스트 시리즈의 팬”이라며 “들을 때마다 가려운 곳을 긁는 시원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편파 방송’ 열풍과 유행을 좇아 최근 기업체에서도 비슷한 형식을 차용한 동영상 블로그가 제작되고 있다. 자사의 제품을 자랑하고, 사내문화를 소개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홍보방송과 비슷하지만, 애써 객관ㆍ중립을 말하지 않는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에서는 네파TV의 ‘내 맘대로 뉴스’를 통해 경쟁사의 제품을 비꼬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