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들어도 살아있는 연암의 어록

“보래이, 가령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다면 다른 아흔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개를 팔더라도 좋은 물건을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럭키크림’이 불티나듯 팔렸던 1948년 당시, 완벽하지 못했던 크림통 불량을 잡아내기 위해 연암은 직접 여공들 사이에서 불량품 선별작업을 하고 있었고, 동생들은 이를 말렸다. 그런 거 안 골라내도 럭키크림은 불티나게 팔리니 사장인 형님은 도매상이나 한 바퀴 돌아보고 오라면서. 이에 연암은 온화하지만 강건하게 “보래이…”라고 말했고, 품질과 관련한 연암의 당시 어록은 지금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비롯해 LG그룹 전 계열사에 배치된 연암의 흉상 아래에 새겨져 있다.

반 세기도 훌쩍 넘겼지만 연암기념관 곳곳에서 찾아낸 연암의 어록은 아직도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한번 믿으면 모든 일을 맡겨라. 책임을 지면 사람은 최선을 다하도록 되어 있다. 최선을 다한다는 열의만 있으면 키우라. 능력은 키우기 나름이다.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사람을 키우는 것이 곧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남에게 의뢰하는 마음은 성공을 방해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없을 때는 가난을 이겨나가는 데 충실하고, 있을 때엔 있는 대로 분수에 맞게 생활하라. 사치를 일소하고 소박한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사치스런 외국물건 비싸게 사 쓰기 전에 내 물건을 아껴쓸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이 기쁘게 만나기는 쉽다. 그러나 기쁘게 헤어지기는 어렵다. 만나면 되도록 헤어지지 말아야 하고, 할 수 없이 헤어지게 되더라도 따뜻하게 손을 잡고 웃으면서 헤어지도록 하라. 헤어진 뒤 등을 돌리고 사는 것은 졸장부의 짓이다.

▶기업은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하는 활동이다. 기업을 하는 데는 내부의 인화가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인화로 단결하면 무엇인들 불가능하겠는가. 만사가 모두 잘되더라도 인화가 깨지면 결국 망하게 되는 것이 세상의 도리다.

▶남을 해치지 않는 기업의 선택, 그것이 곧 국가이익에 이바지하는 길이며, 어떠한 기업 이윤도 결국은 그것을 얻게 한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 기업인의 공과라는 것은 벌어놓은 돈의 무게로써가 아니라 사회에 대한 기여도로 결정되는 것이다.

<류정일 기자> /ryu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