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상범ㆍ김성훈 기자] #1 지적장애인 A(29) 씨는 지난 2009년 6월 인천 남구 소재 놀이터에서 B(당시 10세) 군에게 접근해 바지를 벗겨 추행한 혐의로 지난 2010년 구속 기소됐다. A 씨는 징역 1년 6개월, 전자 팔찌 6년을 확정받고 수원교도소를 거쳐 현재 안양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지난 4월 A 씨의 아버지는 “경찰이 조사과정에서 보호자 동석은 물론 ‘조사를 빨리 끝내야 집에 갈 수 있다’고 진술을 종용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2 지적장애여성 C 씨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오히려 조사과정에서 ‘당신이 문란해서 당한 것 아니냐’는 내용의 폭언은 물론, 부모의 동석 없이 경찰조사를 받았다.
지적 장애인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적장애인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전남 보성의 지적장애인 모녀에 대한 폭행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적장애인 피해자의 진술만 듣고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해당 경찰서장이 직접 사건 경위를 설명하기까지 했다.
인권위가 작성한 ‘201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성과 및 평가’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의 차별진정 건수는 2011년 전체 장애인 차별 진정사건 874건 중 212건(24.3%)에 달한다. 이는 2008년의 전체 진정사건 중 5%가 지적장애인 진정 사건이었지만 3년 만에 무려 5배나 늘어난 셈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적장애인 차별 진정 중 경찰조사와 관련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2005년 제정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제 10조’에 따르면 ‘경찰관은 장애인 및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신뢰관계에 있는 자 또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보조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위의 사례와 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찰인권센터 관계자는 “직무규칙이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내용은 아니라며 조사의 세세한 부분은 일선 수사관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현장의 경찰관들이 간혹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때 보호자 동석 등을 간과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단체 등은 지적장애인 수사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가이드 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재경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현행 경찰직무규칙은 강제사항을 절차별로 규정한 것이 아닌 통상의 장애인에 관한 인식에 기반한 반쪽자리”라고 평가하며 “여성 성폭행 피해자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처럼 명확한 가이드가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진술조력인에 대해서도 역할과 대응수칙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강원 장애우 권익문제 연구소 간사는 “지적장애인들은 의사소통이 어눌하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수사과정에서 깔보고 유도심문에 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진술조력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행 직무규칙은 고지의무가 없고 강제력이 없기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무부는 재판에서 지적장애인 진술을 도와주는 진술조력인제도를 입법할 예정이다.
의사소통과 문제인지에 어려움을 겪는 지적장애인들의 진술을 효과적으로 재판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광주 인화학교 일명 ‘도가니’ 사건을 담당했던 이명숙 변호사는 “피해자 중에 IQ가 30인 지적장애인이 있었는데 판사, 검사, 수사관들은 사건날짜를 계속해서 묻고 제대로 대답 못하고 왔다 갔다 하면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전문의나 진술조력인등을 통해 지적장애인들의 수준에 맞는 수사 방법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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