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로 만든 가짜 ‘물뽕’(GHB) 제조, 인터넷 자유게시판을 통해 대량으로 유통 [헤럴드경제= 이태형 기자] 10cc, 0.01ℓ. 코카콜라 1.5ℓ 병 뚜껑 정도에 넣을 양 정도가 무려 비싸게는 40만원에 팔렸다. 싸게는 15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묘약(妙藥)은 아니었다. 팔 때 알리기로는 ‘물뽕’(GHB)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수돗물 뿐이었다.
그냥 수돗물을 받아 그럴듯한 10cc 병에 넣에 판매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 물뽕을 구매하겠다고 회사원, 대학생, 자영업자들이 벌떼같이 몰렸다.
이들은 이렇게 구매한 물뽕으로 뭔가 은밀한 목적(?)을 달성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돗물로 만든 가짜 ‘물뽕’을 제조해 인터넷에 유통시킨 현역군인이 검거됐다. 또 가짜 물뽕을 구매한 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수돗물로 만든 가짜 ‘물뽕’을 유통시킨 혐의(사기)로 현역군인 A(25) 씨를 불구속입건해 군헌병대로 인계했다. 가짜 물뽕을 진짜로 알고 구입한 회사원 B(45) 씨 등 구매자 74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광고글을 올리고, 이를 보고 연락해온 구매자들에게 수돗물을 넣어 만든 가짜 물뽕을 1병(10cc)에 15만~40만원을 받고 판매해 약 900여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물뽕’은 ‘물 같은 필로폰’이라는 의미로, 여성이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최음효과를 내면서 의식을 잃게 되는 마약류이다. 주로 성범죄에 악용돼 미국에서는 ‘데이트 강간 마약’(Date Rape Drug)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경기도 소재 모 예비군 동대본부에 상근예비역으로 복무 중인 A 씨는 입대 전에 직접 물뽕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무색ㆍ무취라는 점에 착안, 가짜 물뽕을 제조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A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인터넷에서 구입한 대포폰을 이용하고, 의심하는 구매자들에게는 물뽕을 배송한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판매대금을 후불로 지불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안심시킨 뒤 다시 대포통장으로 입금하게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한편 물뽕 판매 광고글을 보고 구매한 이들은 주로 회사원 자영업자 대학생들로, 가짜 물뽕을 구매하고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신성의약품 매매 미수)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됐다.
이들 중에는 뚜껑이 밀봉되지 않은 것에 항의하며 가짜 여부를 의심하기도 했으나, A 씨는 한병 더 보내주는 식으로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통화 내역과 통장 계좌를 추적해 가짜 ‘물뽕’을 구입한 나머지 31명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동일한 수법의 사기 범행과 진짜 ‘물뽕’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thlee@heraldm.com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