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조약에 어긋나 거절”…스페인 중앙銀총재 조기 사임
국채 통한 자금조달 어려워져 실업자증가 등 경제 갈수록 악화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이 제안한 부실은행 방키아에 대한 자금지원안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가 부실자산으로 경영난을 겪는 은행권의 재정건전화를 꾀하려던 계획도 벽에 부딪혔다. 국채금리가 안정돼 자금이 조달되느냐가 관건이지만 ECB가 스페인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곤경에 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이하 현지시간) ECB가 스페인의 방키아에 대해 스페인 국채로 자본 확충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방키아를 국유화하는 데 필요한 190억유로를 확보하기 위해 국채를 방키아에 투입하고, ECB가 이 국채를 매입해 방키아에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ECB 관계자는 “ECB도 방키아에 적절한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긴 하지만, 스페인 정부의 요청은 ECB가 회원국에 자금을 직접 지원할 수 없다는 유럽연합(EU) 조약에 어긋나기 때문에 거절됐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구제금융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은행권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위해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 동시에 지방정부 지원을 위해 공동채권을 승인하는 등 시장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얼마나 낮은 비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금리는 6% 중반까지 급등하면서 국채를 통한 자금 조달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스페인은 ECB에 국채 매입을 통해 금리 안정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ECB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자 미구엘 앙헬 페르난데스 오르도네즈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는 다음주 임기보다 한 달 먼저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스페인 정치인들은 오르도네즈 총재가 은행권 위기를 막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해왔다.
EU는 스페인 금융권 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은행구제안을 서둘러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2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EU가 역내 부실 은행들에 대한 회원국 개입 권한을 강화하고, 손실을 주주들에게 전가할 수 있는 새로운 구제안을 마련 중이다. 이번 방안에는 회원국들이 역내 다른 나라 부실화된 은행들의 구제금융에 참여할 의무를 부여하는 등 진정한 재정통합으로 다가서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스페인 경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29일 2분기에도 실업자가 증가하는 등 경기가 계속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이날 월례 보고서에서 현 경기침체가 올해 중반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루이스 데 귄도 재무장관은 1분기 -0.3% 성장에 이어 2분기에도 성장이 위축될 것이라면서 올해 -1.7%의 경제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