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 토크콘서트’ 결국 하차 캐주얼 입고 섹시댄스 춰도 새로움 없어 시청자들 ‘외면’
과거 인적관계 위주 섭외 ‘그들만의 이야기’인상 못벗어
주병진이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에서 결국 하차한다. ‘주병진 토콘’ 제작사인 KOEN 측에 따르면 주병진이 최근 MBC와 제작사의 만류에도 하차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주병진은 “앞으로 새로운 방송 환경과 시청자들에 대해서 좀 더 배우고 연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주병진의 토크쇼 퇴장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주병진은 능력 있는, 관록의 진행자임은 분명하지만 시대가 원하는 전달 방식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10년 넘게 방송 공백기를 가졌던 주병진이 지난해 12월 자신의 토크쇼의 첫선을 보였을 때 기자는 별로 변한 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작진은 예상보다 미진한 반응이 나오자 코너와 보조 MC들을 계속 바꿔나갔다. 보조 MC로 사유리가 들어오면서 토크쇼의 분위기가 바뀌는 듯했다. 사유리는 아무리 진지하고 무거운 상황도 ‘유희’와 ‘엉뚱’ ‘발랄’로 맞받아칠 수 있다. 주병진이 과거 얼마나 유명한 스타인지를 모르는 사유리는 주병진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주병진의 권위가 조금씩 해체되면서 가볍고 친근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변화는 거기까지였다. 겉과 형식이 아무리 바뀌어도 속과 내용이 새롭게 다가오지 못했기 때문에 크게 와 닿지가 않았다. 소통을 해도 진심이 전달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남자가 여자에게 화려한 프러포즈를 해도 사랑의 감정이 함께 전달되지 못한다면 이벤트의 효과가 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유리는 갈수록 말수가 줄어들었다. 지난 3월 8일부터 2주 연속으로 ‘늘 푸른 모임 MT’ 편이 방송됐을 때 사유리는 ‘병풍’ 일보 직전이었다. ‘힐링캠프’에서 한혜진의 재치와 센스가 마음껏 발휘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뤘다. 보조 MC인 사유리와 게스트의 활기를 만들어주는 건 주병진의 몫이다.
주병진은 딱딱한 느낌을 주는 짙은 색 양복과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캐주얼복을 입어 유연해지는 듯했지만 마음속의 ‘양복’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기자는 ‘K팝스타’ 편을 보면서 주병진 토크의 한계를 이미 봤다. 슈퍼주니어 신동, 카라 강지영, 티아라 지연, 레인보우 김재경, 제국의아이들 시완 등 아이돌 가수들을 앉혀놓고, ‘연예가중계’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토크를 나누고 있었다. 주병진은 자식뻘 되는 이들 게스트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동안 준비했던 섹시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춤이 아이돌 게스트와 시청자와의 소통에 기여한 건 별로 없다.
최근에는 주병진 토크쇼가 추억과 과거, 낭만을 소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복고 콘텐츠’로서의 필연성보다는 주병진과 과거 인적인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게스트로 초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현대적인 트렌드를 말할 때는 전달되는 내용에서 새로움이 빠져 있었고, 시간여행을 할 때는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빠져 있어 마치 ‘그들만의 이야기’라는 인상을 줬다.
‘낭만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최백호ㆍ배철수ㆍ구창모를 초청해 목욕탕에서 대화를 나누고 짜장면을 시켜먹으며 1970~80년대 시절을 이야기했고, 과거 주병진과 함께 방송을 했던 노사연과 이소라를 초청해 그들의 관계를 파헤치기도 했다. 주병진의 초등학교 동창인 홍서범과 임백천 등이 80~90년대 음악 이야기와 추억의 토크를 펼쳤지만 시청률은 극도로 부진했다.
‘늘 푸른 모임 MT’ 편에서는 모처럼 전유성ㆍ이성미ㆍ임하룡ㆍ이경실 등이 주병진과의 추억과 뒷이야기를 전했다. 과거 연예계의 비중 있는 친목모임 멤버들이 오랜만에 만나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현재의 시청자들에게 이들이 게임을 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왜 장시간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했다. 새로움과 정체성이 빠져 있는 토크쇼는 시청자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음을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잘 보여줬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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