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들이 너무 오랫동안 호의호식했다.”
중국의 국부펀드 책임자가 유로존의 재정 위기 대응과 관련해 호된 쓴소리를 내뱉었다.
중국투자공사(CIC)의 진리췬(金立群) 감독이사회 의장은 지난 22일 런던의 센터 포 폴리시 스터디스(CPS) 주최 금융인 회동 연설에서 유럽의 과잉 복지를 지적하며 유럽인들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부도 가능성와 함께 유로존 탈퇴가 거론되고 있는 그리스 사태 등 유럽 경제 위기가 해결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인들이 위기를 극복하려는 근성과 투지가 부족하다는 질타가 다른 나라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진리췬 의장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그리스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고무됐어야 했다”고 말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리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국가의 지도자들이 그리스에게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시간을 줘 채무를 갚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목표도 실행할 수 있고 시장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의 재정위기 발발 원인으로 지적됐던 과잉 복지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지나친 복지가 게으름과 복지 남용을 초래했다”면서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복지가 더 나아지지 않으면 유럽인들은 적응을 못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은 위기 해법으로 그동안 긴축을 밀어 붙여 왔지만 피로감이 고조된 상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최소 2만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유럽 ‘보통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긴축재정 정책에 대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스페인, 헝가리 등지에서도 긴축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더이상 허리띠를 졸라메지 못하겠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진리췬 의장은 지난 1997년 아시아 위기 때를 상기 시켰다. 유럽과 달리 발빠른 대응이 있었고 근성도 있었다고 했다.
진 회장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쿠알라룸푸르 아시아 지도자 회동에서 한국에 20억달러를 즉각 빌려주도록 중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내가 ‘오늘 오후 4시까지 한국에 20억 달러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우리의 내부 절차가 그럴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같은 통화 스와프가 취해졌음에도 아시아 정부들은 다양한 해결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진은 당시 상황이 유로 위기 해결에 교훈이 될 것이라면서 “요점은 ‘오래 전에 행동했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은 산발적인 지원 조치를 내놓고 이를 논의하는데 시간을 낭비하느라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시기를 놓쳐 버렸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다른 나라들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CIC는 그리스 정국이 혼란에 빠지며 유로존이 통제 불능의 금융위기 상태로 빠질 것을 우려, 지난 9일 유로국가 채권 구입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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