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현장서 목격한 3000여건의 ‘불완전 러브스토리’…전직 간통사건 전문형사 구무모 씨가 말하는 ‘간통론’

경찰 생활 시작하자마자 조폭 잡겠다고 만든 100쪽 짜리 수사자료…그길로 조사계로 발령났고 ‘간통’과의 인연 시작됐지

현장서 만난 여성들 피해자든 피의자든 법 안에선 약자라 늘 안타까웠지…어떻게 도움줄까 고민하다 ‘간기남’ 책도 쓰게 된거야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이제 간통죄 처벌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법 때문에 간통안하나? 폐지는 시간문제야

바람피운 적 없냐고?…그 추한 과정 뻔히 아는데…내 가정에 충실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

“간통을 해서 가정이 깨지는 것이 아니라, 간통은 깨진 가정의 결과물입니다.”

‘간통(姦通)’. 국내 법조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간통을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쪽과, 제한하면 안 된다는 쪽이

갈려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다. 이불 속 ‘사랑’까지 법이 규제해야 하느냐다. 평생 한 남자,

한 여자와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느냐부터, 사랑을 잣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논란도 있다. 이렇다 보니 수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에 간통죄 위헌 심판이 올라왔다. 합헌 판정이 내려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계속 위헌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간통과 관련된 논의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영화 한 편이 개봉됐다. 약칭 ‘간ㆍ기ㆍ남’이라 불리는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라는 영화다.

이 영화의 모티브, 소재를 제공했던 사람이 있다. 바로 구무모(61) 씨다.

그는 전직 형사다. 수사과(전 조사계)에서 맹활약했었다. 그의 간통 스토리를 들어보자.

▶간통 전문 형사, 구무모=간통의 사전적 정의는 혼인신고를 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적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형법 제241조 위반으로 처벌된다. 법적으로 6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간통, 이 허락되지 않은 구구절절한 사랑(?) 얘기를 지난 30여년간 들어준 경찰이 있다. 바로 구 씨다. 활발한 간통 전문 형사 생활을 하다 지난 2003년에 퇴직했다.

그는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지저분한 3000여건의 고소사건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허락되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모아, 지난 1996년에 ‘간기남’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영화 ‘간ㆍ기ㆍ남’의 모티브, 소재가 돼 지난 4월에는 영화화 됐다. 100만 관객을 넘겼으니 일단 흥행에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다시 책이 나오기도 했다. 책 역시 잘 팔렸다.

남녀의 간통에 성인 남녀의 관심사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간기남’의 저자 구 씨를 최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가정법원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꼿꼿한 인상에 섬세해 보이는 눈매를 가진 그였다. 이 사람이 경찰이라면 첫눈에 봐도 형사과보다 수사과에서 조서를 꾸미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소위 간통 전문 경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조사계에서 일할 때 한 조폭사건을 맡은 후부터였다.

구 씨는 지난 1976년 충남 금산의 한 파출소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30년 전 그는 정의감이 불타는 경찰이었다. 구 씨를 간통 전문 경찰이 되게 한 그 서울 출신의 조직폭력배(조폭). 구 씨는 그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구 씨의 회상에 따르면 이 조폭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시골의 부녀자들을 희롱하고 다녔다. 그를 말리려고 나선 동네 이장은 오히려 조폭에게 혼쭐이 났다. 조폭은 이장 혼쭐을 내준다고 이장의 목에 낫을 걸고 ‘앉아 일어나’를 수십번 시킬 정도였다. 당시 초짜였던 구무모 형사는 이 조폭을 잡아넣으려 100쪽이 넘는 수사자료를 만들었다. 그의 끈질긴 수사 끝에 결국 그는 구 형사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끈기 있게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동네 골칫덩이 조폭을 잡아넣은 공과로 그는 조사계로 발령이 난다. 요즘말로 하면 수사과다. 그 뒤 경찰 생활의 대부분을 고소사건을 전담하는 조사계에서 보낸다. 이후 그 앞으로 떨어진 수많은 간통 고소사건은 그를 간통 전문 경찰로 만들게 된다.

▶전직 간통 전문 형사가 말하는 간통이란= 간통에 대해서 구 씨는 좀 더 명확한 정의를 내린다. 구 씨에게 질문을 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5명이나 낳은 사실상 부인이 바람을 피우면 간통으로 고소할 수 있냐”였다. 구 씨는 “간통으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혼인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구체적으로 “성관계의 정의도 매우 까다롭다”며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는 간통에서 말하는 성관계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 씨는 “반드시 ‘성기와 성기의 결합’으로 이뤄져야 간통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입을 뗐다.

말문이 터진 구 씨는 자신이 맡았던 사건 중의 하나를 예로 들었다.

남편은 사진사. 사진사의 아내는 교통순경과 바람이 났다. 사진사 남편이 얼마나 사진을 잘 찍었을까. 남편은 현장을 목격하고 사진을 증거로 부인을 간통혐의로 고소했다.

구 씨가 입을 뗐다. “굉장히 적나라한 사진이었어요. 삽입성교가 이뤄지기 직전, 구강성교의 모습이었죠. 하지만 간통으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성기와 성기가 결합돼야 하거든요. 구강성교는 간통의 증거가 될 수 없었죠.”

결국 부인은 무혐의로 풀려났다.

▶간통의 이유 그리고 징후=구 씨에 따르면 여자들은 남자의 무능력이나, 무관심 등 결핍 동기 없이는 간통을 하지 않지만, 남자는 결핍 동기가 없어도 바람을 피우게 돼 있다고 주장한다.

구 씨는 “남자는 1년에 아기를 100명도 낳을 수 있죠. 하지만 여자는 1년에 한 번 낳죠. 남자는 5억마리를 대기시켜 놓고 있는 셈이죠. 남자는 불만이 없어도 간통을 하지만 여자는 결핍 동기 없이는 간통을 하지 않아요”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남녀가 간통을 할 때는 어떤 징후가 보인다. 구 씨는 남자들은 여자들의 직감을 조심해야 한다고 진화 심리학을 통해 경고한다.

남자의 바람은 여자의 ‘직감’ 때문에 발각된다고 한다. 그러나 바람이 난 여자는 너무나 쉽게 티가 나고, 또 쉽게 발각된다. 이미 잘 알려진 ‘동굴이론’이다.

“바람 난 여자에게 남편은 찬밥신세죠. 반찬이 달라지고 성의가 없어져요. 사랑하는 사람이 새로 생기면 남편은 신경도 안 쓰는 거죠. 부인들이 화장대 앞에 있는 횟수가 늘어나거나 옷을 많이 사거나 하면 남편들은 ‘우리 마누라가 혹시?’라는 생각을 해야 해요. 여자는 마음속에 남자가 들어 갈 수 있는 방이 하나밖에 없거든요. 이와는 달리 남자의 경우는 바람을 펴도 애인과 부인을 똑같이 대합니다.”

▶간통, 여성에 철저히 불리하다= 구 씨는 간통사건을 조사하면서 간통죄가 여성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구 씨에 따르면 간통을 하는 경우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다. 10건의 간통사건이 발생하면 이 중 7건은 남성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고소는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비슷하다. 그는 “간통죄가 남자보다 여자에게 불리하게 유지된다는 반증”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 간통사건 예를 들었다.

“이미 파경에 이른 부부였어요. 남편은 경기도 수원에서 개인택시를 하고 부인은 아이 둘과 부평에서 살았죠. 남편은 이미 수원에서 호프집 하는 여자와 살고 있었죠. 부인은 탁구 동호회에 가서 코치와 사랑에 빠집니다. 이런 저런 소문이 들리니까 남편이 부평에 있는 부인 감시를 하다 현장을 잡아냅니다. 그때는 일반적으로 간통을 구속할 때였지만 제가 ‘내일 의견서 써서 지휘받아 구속시킬 테니 내보내라’ 후배 경찰들에게 말했어요. 남편이 날뛰었죠. 저는 이랬어요. 경찰이 수사하니까 당신은 가만히 있으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날 그 여자가 자살했어요. 옷을 곱게 입고 언니한테 얘들 부탁한다는 유서까지 쓰고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린 거예요. 수치심과 남편에 대한 증오 때문이었지요.”

▶달라진 세상…이젠 편견 버릴 때=구 씨는 이제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간통죄가 사문화 과정에 진입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판사도, 검사도, 형사도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한다. 간통하다 걸리면 구속수사가 대부분이었고 징역을 받았지만 요즘엔 판사들이 징역 1년5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식이라고 한다. 간통죄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국민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폐지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남아있기도 하다.

그러나 구 씨는 “간통죄 관련 법이 위헌 결정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간통 폐지 국가들 중 간통 늘어났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죠. 간통죄가 있다고 간통을 안 하고 간통죄가 없어진다고 간통을 하겠어요. 걸려도 재수 없으면 걸립니다. 학계와 법조계는 이미 간통법 폐지 쪽으로 의견이 굳혔어요. 여성단체도 처음에 여성보호를 위해 폐지를 반대하다 최근에는 여성계의 3분의 2는 폐지하자는 분위기예요. 처음에는 여성계가 민법 가사법이 불안정하다며 간통죄를 없애면 여성을 보호할 근거가 없다며 반대했어죠. 남자들이 간통을 해놓고 이혼하자고 하면 합의금이나 유리하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양육비, 가사노동 비용이 현실화 되는 등 가사법이 보완되며 여성계 쪽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죠”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 구무모씨도 남자다. 구 씨는 웃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제는 나이 60이 넘어 주름이 생겼지만 젊었을 때 여성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에게 바람피운 적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유혹은 있었죠. 그러나 그 유혹에는 한 번도 넘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교사예요. 저는 책을 쓰면서 간통이 불러올 문제점에 대해 완전히 세뇌된 인간이죠. 부부끼리 다툼이 생길 수 있지만, 인간끼리 용서하고 존중하면 해결됩니다. 또 유혹이 느껴질 때는 간통이 불러올 여파를 생각해야 하죠.”

간통죄는 폐지돼야 하지만 간통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구 씨. 그는 현재 충북 대전에서 밭농사를 짓고 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밭이라 했다. 약초를 키운다. 지난 2007년에 정년퇴직한 후부터다.

“잡초를 뽑으며 잡초들의 능력이 만만치 않구나라는 것을 느낍니다. 이들의 번식 전략, 생존 방식 등을 보며 이를 책으로 쓰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어때요? ‘밭매남(밭을 매는 남자)’이 나올지도 몰라요.”

박병국 기자/coo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