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지속적인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수요 감소와 경기부진으로 저성장, 저물가의 늪에 빠지자 한국 경제에도 유례없는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
과거 천정부지로 치솟던 고(高) 물가를 잡기 위한 ‘인플레 파이터’의 역할이 요구되던 데에서, 역으로 ‘디플레 파이터’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대로 변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저성장과 저물가의 덫을 벗어나기 위한 정부와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설명회’를 연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열린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설명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0.5%포인트를 초과해 목표를 벗어나는 경우 물가의 목표이탈 원인, 물가 전망경로,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 등을 설명하는 자리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월 0.8%, 2월 1.3%, 3월 1.0%, 4월 1.0%, 5월 0.8%를 기록했다. 단 한번도 중기물가목표의 최소 이탈 허용범위인 1.5%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제유가 약세가 지속되면서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컸던 게 주된 원인으로, 결국 이 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설명회를 하기에 이르렀다. 한은은 국내 석유류 가격의 하락이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약 0.8%포인트 정도 끌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물가상승률이 9월까지 최소 1.5%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총재는 10월에 또 다시 물가설명회를 열게 된다. 후속 설명책임도 이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저물가 기조는 비단 올해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0.7% 올라 1965년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0.8%)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도 한 갑당 2000원 오른 담뱃값 덕에 ‘주류 및 담배’ 부분이 50.1%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0.7%를 견인했을 정도다.
한은은 0%대 저물가의 흐름이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그간의 기준금리 인하, 국제유가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금년말 1%대 중반으로 높아지고 내년 상반기에는 2.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고민은 깊다. 금리와 물가의 상관관계가 최근 들어 크게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9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인하했지만, 금리를 인하하면 화폐 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오른다는 통설은 좀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그래서 이날 설명회에서 “현재의 저물가는 상당부분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공급충격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적으로 대응하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저물가에 우려의 시선을 보이는 데는 기본적으로 저물가가 경제주체들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수요의 감소에 따른 현상으로 빚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전세계적으로 나타난 저물가는 저성장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당국 입장에서 걱정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더구나 물가는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해 구해지는 경상성장률의 한 축이어서 저물가는 경상성장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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