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 “24시간 국민이 언제든 전화해서 공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112하고 119밖에 더 있습니까?”
한 총경급 경찰관이 틈 만나면 강조하던 말이 아닐지라도 112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아르고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눈이 100개 달려 잠들지 않는 괴물)”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1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에서 112신고센터는 아르고스는 커녕 ‘눈뜬 장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나에게 같은 일이 닥치면 과연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며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112 신고센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신고를 받는 태도에 있었다. 7분 37초동안 전화가 연결된 가운데 경찰은 피해여성에게 정확한 집주소만 몇번씩 되물어 봤으며, 심지어 ‘피의자가 누군지 아냐’는, 급할것도 없는 질문을 하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이어 피의자가 집에 들어와 피해자를 다시 결박하고 때리는 소리를 듣고도 “부부싸움인것 같다”며 안이하게 대처했다. 심지어 지령실은 가장 중요한 ‘집 안’과 같은 단서는 빠뜨린채 112 신고접수대장에서 “지동초등학교.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로 둔갑했다.
보고라인도 허술했다. 수원중부경찰서는 이 사건을 ‘단순 성폭행’으로 판단하고, 지휘선상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서장은 이 일을 까맣게 몰랐고, 서장 혹은 경기청 형사과장등으로 부터 보고 받았어야 할 경기경찰청장도 보고를 받지 못해 인력지원 등을 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라고 제대로 일할리 없다. 현장에 나간 경찰은 “밤중이라 주민들에 방해된다”며 경고용 싸이렌 한번 울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피해자 가족과 함께 나간 경찰은 차안에서 졸며 집집마다 수색할 생각같은것을 하지 않았다. 사건현장으로 부터 불과 20m거리까지 가서 졸고 있는 모습에 피해자 가족이 “이럴거면 그만해라”고 항의할 정도였다니 이 이상가는 부실함이 또 어디 있을까?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경찰은 자체 감찰조사를 실시해 원인을 파악중이다. 현재까지는 112 신고전화를 처음 받은 상담요원의 자질 문제, 이미 완비돼 있는 거미줄 같은 보고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문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자질문제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시각이 나오지 않는 한,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같은 일은 전국 어디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관계당국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