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0회> 바람 부는 길 18

느닷없는 함성!

강유리가 브래지어를 벗어던지던 순간 함성이 산골짜기에 가득 울려 퍼졌다. 어찌 보면 그것은 아우성과 비명이 뒤섞인 소리였다. 남자들 모두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우성을 쳤고, 여자들은 마치 혼잡한 여자 목욕탕에 말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을 때처럼 연속적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사라진 긴장감!

눈부신 은빛 슬로프 위에 팽팽히 어려 있던 긴장감은 허공을 날던 그녀의 빨간 브래지어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산산조각이 나고야 말았다. 애초에는 폭풍전야와도 같이 고요했던 스키장, 수만명의 인파가 신비롭게도 입을 다물고 있던 곳. 도처에 축제를 알리는 깃발이 세워져 있었지만 바람도 없었고 깃발 펄럭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곳… 허공을 날던 그녀의 빨간 브래지어는 그곳을 감싸고 있던 적막을 날려버리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아, 저런 저런!”

커다란 S자를 그리며 느릿느릿, 유유히 활강하는 그녀를 향해 곤두박질치던 방송사 촬영감독은 그만 중심을 잃은 채 뒤로 나자빠지고야 말았다. 하지만 촬영감독의 직업의식은 투철했다. 엉덩방아를 찧은 채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미끄러지면서도 어김없이 촬영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아가씨! 웃어 봐요. 치~즈… 손가락으로 V자 좀 그려줘요.”

촬영감독은 특종을 찍는 중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지금이 생방송 중이라면 몸을 던져가며 촬영하는 액션감독으로 거듭날 수도 있을 만했다. 그러면 오죽 좋을까.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 지금은 거성 측에서 미리 준비해놓은 오프닝 쇼가 벌어지기 직전, 이른바 숨을 고르던 중이었으므로… 강유리와 촬영감독 두 사람은 원님보다도 먼저 멍석 위에 올라 나발 부는 꼴이었다.

삽화 450회 / 헤럴드 경제 연재소설 <알리바바 傳> 제450회;아무 거나 찍는다고 특종이 되는 건 아냐
삽화 450회 / 헤럴드 경제 연재소설 <알리바바 傳> 제450회;아무 거나 찍는다고 특종이 되는 건 아냐

비록 급하게 서둘기는 했어도 무려 3000만달러라는 전대미문의 엄청난 상금을 걸고 벌이는 국제경기였다. 그러니 어찌 화려한 오프닝 쇼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을까. 이제 곧 스키를 타고 단체로 활강하는 브라스밴드의 연주가 시작되려던 참에 느닷없이 벌어진 생쇼에 방송 관계자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총감독님, 저걸 어쩌지요?”

“염병, 어쩔 수 없지. 오프닝 멘트 날립시다! 슛 들어갑시다!”

위장전술이었던가? 눈에 띄지 않게 숨어있던 제2, 제3, 제4의 촬영감독들이 총 감독의 슈팅 선언에 맞춰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격포만한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으로 보아 이제부터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그 촬영감독들의 등 뒤로 불기둥처럼 폭죽이 터져 올랐다. 섬광, 하늘로 치솟는 연막… 그와 동시에 지축을 울려대는 브라스밴드의 연주소리! 실로 장관이었다.

“도대체 저 여자는 뭐야? 정신병자야?”

“글쎄요… 축구경기장에도 가끔 저런 정신병자들이 난입하곤 하지 않습니까? 홀랑 벗고 경기장을 가로질러 달리는 인간들 말에요.”

“여기 스키장 보안 담당이 누구야? 하긴 지역이 넓으니 막을 방법도 없구먼. 정말 환장하겠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고… 염병!”

“그렇지만 그림은 좋은데요? 스키장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달리는 미녀를 보니 눈앞이 시원해져요.”

“하긴… 그렇군.”

눈앞이 시원해졌다니, 어쨌거나 강유리는 방송사와 유민그룹이 연합 기획한 오프닝 쇼의 주인공이 돼버린 셈이었다. 화려한 브라스밴드는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로 선정된 강유리 선수를 축하하는 선발대와 다름없었다.

한편, VIP룸에서 스키장을 내려다보던 거성그룹 재벌2세의 표정이 이제 막 바퀴벌레를 씹은 조폭 두목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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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