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입맛대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12월 상장법인들의 이사회 관련 움직임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대주주와 회사 측에 우호적인 사외이사 재선임안과, 우호적 사외이사가 과반수인 이사회의 책임은 줄이고 권한만 늘리는 정관개정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에서의 대주주 입김이 세지는 것으로 소액주주 권한강화와는 반대 반향인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외이사의 잇딴 재선임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결과를 보면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 100대 상장사(시가총액 기준) 가운데 68곳이 이달 주주총회에서 총 18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인 96명(52.7%)이 재선임이다. 포스코(POSCO)도 기존 사외이사 4명중 3명이 재선임이다.

특히 공무원 출신의 재선임이 눈에 띈다. 감시보다는 로비스트로 활용한다는 인상이 짙다. 실제로 장ㆍ차관을 비롯한 고급공무원출신의 사회이사는 29명에 달했다. 전직검사가 11명, 국세청출신이 9명이었고 대기업 규제를 담당하는 공정위에서 간부를 지난 사람도 무려 8명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6일 주총에서 윤동민 전 법무부 기획관리실장(현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을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다시 선임하고, 현대차는 강일형 전 국세청 대전지방청장과 임형철 전 공정위 정책국장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본래 역할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주주 견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인데 재선임이 이를 담보할 수 있을 지 의심된다. 기존 친분관계로 재선임되는 게 아니라 할지라도 오래 함께 일하다보면 사적인 관계나 이해관계가 형성될 수 있어,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이사회의 책임을 줄이되 권한을 확대하는 정관개정도 눈에 띈다.

한국거래소는 12일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업체 주총 소집과 관련해 이사회 결의내용을 공시한 547개사의 정관개정 관련한 주요항목의 중간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이사의 책임한도를 최근 1년 사이 보수의 6배 이내로, 사외이사는 3배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면제하는 등의 이사책임 축소 정관개정을 도입하려는 상장사는 185개사로 34%에 달했다.

반대로 이사회에 재무제표 승인과 배당에 대한 결정권한을 부여하고 금전배당 외에 현물배당도 허용하는 등 이사회의 권한을 늘리려는 상장사는 164개사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이사회와 주주총회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계와 비슷하다. 따라서 이사회의 권한확대는 주총 권한축소, 이사회의 책임축소는 주주책임 확대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주를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없는 것은 아니다. 신주의 제3자배정시 주주에게 납입 기일의2주 전까지 통지하기로 의무화하는 개정안은 187개(34%)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연진ㆍ서경원 기자/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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