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기’ 號 하승준 캡틴은 말한다… “한 명의 돈키호테가 세상을 바꾼다”

토종 무전기앱 ‘소라기’ 10만명에 음성전송 세계 첫 구현 인터넷전화에 근접한 성능 메신저앱처럼 채팅 가능 소셜네트워크 기능까지 갖춰 해외 앱스토어 SNS 3위 기염

“소라껍질서 딴 이름 이름때문에 100% 망한다 했지만… 모두가 ‘톡’할때 다만 우리말로 승부하고 싶었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로 들어서는 하승준 소라기 대표(39)의 얼굴이 어두웠다. 자사가 개발한 ‘소라기’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이 그 이유였다.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이 어째서 근심스러운 일이 됐을까.

보통 하루 5만명 정도 앱을 내려받는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10만명이 몰렸다. 이 때문에 인증 절차에 필요한 단문문자메시지(SMS)를 제공하는 통신사 측에 과부하가 걸렸고 2시간 가량 서비스가 먹통이 된 것이다.

통신사의 늑장 조치로 일부 이용자들의 불만이 새어나오면서, 최근 ‘소라기’는 정상 문턱에서 순위가 미끄러지는 고배를 마셨다.

“미국 앱스토어 1위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아쉬운 일이죠.”

대체 ‘소라기’가 어떤 앱이길래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눈길을 끄는 걸까.

‘소라기’는 무전 기능을 비롯해 채팅, 친구맺기 기능 등을 갖춘 소셜네트워킹 앱이다. 지난해 7월 안드로이드 마켓 출시 후 한 달 만에 가입자 40만명을 기록했고, 현재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해외 앱스토어에서도 토종 앱 최초로 소셜네트워킹 분야 3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만하면 해외에서는 ‘국민 앱’ 카카오톡에 버금 가는 성적이다.

▶‘소라기’, 무전기야 인터넷전화야? 모바일 앱 시장에서 무전기 앱은 낯선 손님이 아니다. 이미 복서(Voxer), 티클(TiKL) 등 해외 무전 앱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렇다면 후발주자인 ‘소라기’가 기존 앱보다 눈길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앱의 한계를 뛰어넘은 기술력 덕분이죠.” 하 대표가 한 마디로 답했다. 그는 “기존 무전 앱이 최대 5명, 최장 1분 음성을 주고받는 데 그쳤다면, ‘소라기’는 세계 최초로 10만명에게 10분 가량 음성을 전송하는 기술력을 구현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만하면 무전기라기보다는 인터넷전화에 근접한 성능이다. 이는 각 사용자가 하나의 주파수를 사용하던 기존 앱과 달리, 일정 주파수를 다수의 가입자가 공동으로 쓰는 주파수공용통신(TRS) 방식을 활용한 덕분이다.

게다가 수업이나 회의 중일 때 무전기능을 꺼두면 수신된 음성을 저장, 실시간으로 팝업을 통해 알려준다. 여기에 메신저 앱처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무전과 채팅기능 외에도 눈에 띄는 것이 소셜네트워크 기능이다. 개인 프로필을 꾸며 자신을 알릴 수 있으며, ‘랜덤 프로필’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들을 둘러보고 친구를 맺을 수도 있다.

생면부지인 남과 친구를 맺는다고 걱정할 건 없다. ‘소라기’에서는 내 연락처를 드러내지 않고도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 지구상의 누군가와 언제든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하 대표의 고민이 녹아있는 대목이다.

▶“우리말 ‘소라기’, 100% 망한다고 했죠” ‘소라기’라는 앱 이름에 대한 하 대표의 애착은 남달랐다. ‘소라기’는 귓가에 대면 파도 소리가 들리는 소라 껍질에서 나온 이름. 무전기 앱과도 썩 어울리는 우리말이다.

하 대표는 우리말로 된 서비스를 세계시장에 내놓고 싶었다. “죽기 전에 내가 태어난 곳에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눈을 감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죠. 해외에 있는 동포들도 ‘소라기’라는 이름에 향수를 느끼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소라기’라는 이름은 환영받지 못했다. 주 고객인 해외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주위 사람들은 우려했다. 마케터들도 이름 때문에 100% 실패할 것이라 만류했다.

“세상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젖어 있을 때, 한 명의 돈키호테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했죠.”

하 대표는 카카오톡, 네이버톡 등 모두가 ‘톡(talk)’ 할 때, 우리말 이름으로도 해외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결국 ‘소라기’는 해외 앱스토어 소셜네트워킹 분야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 대표는 외롭게 걸어온 시간이 떠올라 그때 처음으로 눈물을 쏟았다. 현재까지도 소라기는 안드로이드마켓과 앱스토어 상위권을 지키며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 이후에도 ‘소라기’라는 이름 때문에 난감한 상황은 또 있었다.

언젠가 해외 사용자들이 ‘소라기’의 웹 페이지인 ‘소라기닷컴(soragi.com)’ 접속이 안된다며 항의해왔다. 알고보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소라넷’이라는 유명 포르노 사이트와 유사한 주소를 모두 차단한 탓이었다. 방통위 측에서 접속 차단을 해제하면서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하 대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승무원들이 즐겨쓰는 앱이라고? “완벽하게 구동되네요. 이 앱을 만든 개발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앱스토어에서 본 메신저 앱 중 최고네요!”(Solid3452)

소라기 앱 개발에 2년여간 매달려 지칠대로 지친 직원들이지만, 사용자들의 만족스럽다는 말 한 마디에 금세 힘을 얻는다.

그 중에서도 유독 해외 사용자들의 호평이 눈에 띈다. 국내 통신환경보다 열악하거나 통화료가 비싼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신호음을 기다릴 필요없이 신속하게, 게다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이만큼 유용한 앱이 없다.

개인 사용자들 외에 B2B(기업간거래) 실적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라기는 최근 승무원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통한다. 기존에 항공기와 관제탑과의 교신은 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소라기는 3G 통신망만 연결되면 비행기가 착륙하지 않아도 지상팀과 무전이 가능하다.

현재 중국의 남방 항공사 등에서 소라기를 애용하고 있다.

병원이나 공공기관, 대형마트 등에서도 호출기나 무전기 대신, 소라기 앱으로 긴급한 연락을 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 대표는 요즘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소라기’ 활용법을 강의하느라 바쁘다.

이 외에도 자동차 사고 시 보험사와 신속히 연락을 취할 수 있고, 보험사 측에서는 GPS 기능을 활용해 사고지점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성범죄 등 응급 상황에서도 무전과 위치정보 기능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 곳곳, 모든 직업군이 ‘소라기’를 통해 하나가 되는 날까지 ‘소라기 호(號)’의 항해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대표는 선장·기술이사는 항해사…주식회사 ‘소라기’에 직급은 없다> 하승준 소라기 대표의 명함 어디에서도 ‘대표’라는 직함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캡틴’이라는 이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는 한국에서 출항해 전 세계를 돌고 있는 ‘소라기 호’의 ‘선장’이었다.

소라기에는 ‘대리’ ‘과장’ 등의 일반적인 직급도 없다. 25명의 직원 모두가 ‘소라기 호’에 몸을 맡긴 선원일 뿐이다. 기술이사는 ‘항해사’, 서비스기획자는 ‘조타수’ 등으로 불린다.

조직 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는 하 대표의 ‘돈키호테’기질이, 지금의 소라기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처음에는 모두가 ‘안 된다’고만 했다. ‘소라기’라는 생소한 이름이 해외시장에서 공감을 살 수 없을 거라고 했다. 해외 사용자들이 주 대상이라면 국내에서 서비스해서는 승산이 없다고도 했다. 또 누군가는 그 정도 자금으로는 어림없다고 했다.

보란 듯이 편견을 넘어서고 싶었다. 하 대표와 직원들은 거의 2년간 주말에 제대로 쉰 적이 없다. “그렇게 일했기 때문에 투자 없이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소라기 앱은 100만 사용자들의 마음을 얻었고, 세계시장에서 토종 앱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구글이 처음부터 구글이었을까요? 애플도 처음에는 단 2명으로 시작했죠. 직원이 몇 명이고 회사 규모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겠죠.”

이혜미 기자 /ham@heraldm.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