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본 윤증현
동양사회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잣대로 흔히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든다. ‘따거(중국말로 큰형님)’라는 별명이 윤증현 전 장관을 총론으로 잘 표현한다면, 각론에서 그를 설명하는 말은 ‘신언서판을 두루 갖춘 인물’이 아닐까.
신(身): 윤 장관은 신수가 좋다. 신세대가 열광하는 작은 얼굴의 꽃미남은 아니지만 존 웨인을 연상케 하는 곧은 콧날과 큰 얼굴에서 카리스마가 절로 풍긴다. 그의 얼굴에는 진지함과 따스함이 공존한다. 경제를 걱정하는 굳게 닫힌 입술과 웃을 때 눈가의 주름은 각종 매체의 단골 사진이었다. G20 회의에서 휠체어를 탄 독일 재무장관에 맞춰 허리를 숙이고 대화하는 모습은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언(言): 청산유수 스타일도,미사여구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듣다 보면 빨려들어간다.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게 한다. 국회의원과 논쟁을 벌여도 “경륜 높은 의원님이 왜 그런 지적을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어려운 국면을 돈 안 들이고 쉽게 풀어낸다. 저녁이라도 하면 레퍼토리가 워낙 다양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서(書): 선이 굵은 이미지와 달리 윤 장관은 꼼꼼하다. 혈액형도 A형이다. 글솜씨가 좋을 뿐 아니라 사고가 논리적이어서 웬만한 보고서로 그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직원을 향한 글에는 따스함이 가득하다. 묵묵히 일하는 직원에게 ‘고양이 덕은 알아도 며느리 덕은 모른다’는 속담을 빌려 고마움을 에둘러 표현하고, 과로로 유명을 달리한 직원에 대해 ‘마음 속 상복을 쉽게 벗지 못할 것 같다’며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판(判): 2009년 장관 취임 직후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성장전망에 대해 격론이 있었지만 그는 주저없이 마이너스 2%로 현실화하고 정책기조를 과감히 바꾸었다. 그에게는 시장 신뢰가 최우선이었다. 선진국 대부분이 죽을 쑨 그 해 한국은 0.3%, 다음 해 6.2% 성장했다.
법대를 졸업한 윤 장관은 정통 이코노미스트는 아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 법과 원칙에 대한 신뢰,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무게중심, 꼼꼼한 준비와 두둑한 배짱, 포용과 배려의 리더십에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는 것도 아닌데 그의 그릇은 참 많은 것을 담는다. 결론적으로 그는 고약스러운 선배다. 청출어람이라면 후배들이 그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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