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30일 정상회의를 열고 위기해법 마련에 나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신(新)재정협약과 유로안정화기구(ESM) 등 위기를 타개하고 EU 경제의 새 틀을 짜기 위한 사안들이 핵심의제로 다뤄진다.
긴축재정으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경기부양책도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27개국 정상들이 총론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이 많아,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신재정협약 최종안 도출되나=이번 회담에서 최종안 타결을 추진하는 신재정협약은 통화동맹을 재정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교두보다.
영국을 제외한 26개국에 적용될 이 협약은 경제위기에 공동 대처하는 대신 재정에 대한 공동 통제도 크게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다.
즉 EU 차원에서 재정 규율을 더 엄격하게 운영하고 위반 국가에 대한 제재를 자동 발동해 국채 위기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유럽안정ㆍ성장 협약(SGP)에는 누적 공공부채와 당해연도 재정적자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60%와 3%를 넘어서는 안되며,이와 별도로 부채상환부담 등 ‘구조적 재정적자’의 경우 GDP의 0.5%까지만 인정된다.
협약 초안은 EU집행위원회와 유럽사법재판소(ECJ) 등 권한을 확대하고 규제를 더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의 큰 틀에선 회원국들간 합의가 이뤄져 있다. 그러나 부채 과다 국가에 대한 자동제재나 비(非)유로존 국가에 대한 제재와 이들의 유로존 정상회담 참석 여부 등 세부사안에서는 이견이 여전하다.
EU는 이번 회담에서 최종안을 타결해 정례 정상회담에서 서명한다는 계획이다. 이 협약은 영국의 반대 때문에 기존 EU 조약을 개정하는것이 아니라 원하는 국가 정부 간의 협약으로 체결된다. 유로존 17개국과 영국을 제외한 비유로존 9개국이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약은 조약 비준국이 12개국을 넘는 순간 발효된다.
▶’방화벽’ ESM 증액과 역할 확대 관심= ESM은 임시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할 항구적 기구다. 당초 계획보다 1년 반 앞당겨 올 7월 출범한다. 최대 쟁점은 기금 규모다. ESM의 재원은 당초 5000억 유로로 정해졌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지로 재정위기가 전이되면서, EU 집행위 등은 ESM의 재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현재 가용자금 잔액이 2500억 유로인 EFSF를 1년여 동안 병행운영해 자금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최근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정재계 지도자들도 ‘방화벽’을 더 튼튼하게 해야한다며 EU를 압박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ESM 등 EU 구제금융 재원을 2~3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이를 완강하게 반대해온 독일과 네덜란드 등 재정우량국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각국 경기부양책 합의=이번 회담에서는 경기부양책과 함께 청년실업 해소 대책이 중점 논의될 예정이다. 이는 재정위기가 각국으로 번지는 가운데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돼 사상최고 수준의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신문 옵서버는 29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성명 초안을 인용해 27개 회원국 정상이 청년 실업 긴급 대책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EU가 지출하지 않은 220억 유로의 사회개발기금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공공재정을 풀어 내수 경기를 부양할 길이 차단되고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 여건마저 악화된 상황에서 EU가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지는 불투명하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