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인형에 대한 성적 환상’(Le fantasme de la poupee sexuelle)

성기가 달려 있고, 스킨에서 온기가 느껴지며, 진짜 머리털과 축축한 혀를 지닌 바비 인형이 만약 당신에게 배달된다면?

내가 원하는대로 마음대로 다룰 수 있고, 언제든지 나에게 응해줄 수 있는 여성이 포장용기 속에 담겨 배달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이런 성적 환상은 주변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을 옹호하는 이들이나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섹스 로봇 개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서 특히 그렇다.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친구가 집까지 배달되기를 그들은 열렬히 소망한다.

소포로 배달된 폴리우레탄 스펀지나 충격 방지용 에어쿠션으로 채운 상자 속 연약한 알몸의 여성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위를 해댈 것이다.

상품으로서의 여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극도로 자유로운 경제 시스템을 상상하는 것보다 더 쾌감을 느끼는 일은 없다. 그런 시스템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순전히 실리적인 목적에 맞게 다시 만들어진다. 성 서비스 제공자로 탈바꿈한 여성들은 “일어나” “핥아”와 같은 단순한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노예 기계일 뿐이다.

풍선인형 처럼 팔리고 대규모로 유통되는 인형들은 완벽한 배우자로 자리잡을 것이다. 1년 동안 품질을 보장하는데다 애프터서비스도 완벽하다. 대체용 금발 가발, 실리콘을 주입한 가슴, 스트링 팬티,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반소매 잠옷 등 다양한 옵션 역시 고려해봄 직하다. 그야말로 이상적이다.

에릭 크롤은 이런 종류의 성적 환상을 자주 즐긴다. 음탕한 포즈의 모델 사진을 찍는 그는 모델에게 성적 용도로 쓰이는 마네킹의 뻣뻣한 자세를 취해보라고 종종 요구한다. 하지만 페미니스트의 분노를 사는 이 분야 ‘최악’의 예술가는 시몬 벤슨이다. “나는 모르모트 상태가 된 여성을 그려냅니다.

그들은 유전자 실험과 끔찍한 수술을 받는 희생자이자, 성기를 리포맷하는 기계를 체험하며, 산업적 용도의 펌프질과 줄질을 일삼는 도구로 변모합니다.”

영국 출신 만화가이자 현재 네덜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벤슨은 여성을 비인간적으로 그려낸 에로 과학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벤슨은 불안한 미래를 다룬 ‘서기 2477년’ ‘에일리언’ ‘프로젝트 237’ ‘섹스 로봇 DV8의 발톱’ 등의 작품을 통해 조종받다가 뇌가 제거된 후 매음굴로 팔려나가는 여주인공을 그려낸다.

“나는 어느 정도까지 여성이 전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이야기를 만들어냈죠. 노예 상태에 빠진 그녀들은 제조공장의 성노리개가 됩니다.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 때문에 소외돼버린 인간의 역설을 나는 좋아합니다. ‘로봇’이라는 단어가 체코어로 ‘노예’ ‘하인’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작품 속에서 벤슨은 순수한 동물적 힘이 육화한 존재로 여성 로봇을 평가한다. 생각하지 않고, 금지와 금기를 모르는 여성 로봇에 매료된 그는 바로 이들을 통해 사랑의 승리에 대한 욕망을 표현해낸다.

“로봇에 대한 성적 환상은 소유욕에 대한 해묵은 환상이 변형된 형태입니다. 로봇 이전에는 늑대인간, 저주받은 영혼 혹은 악마가 역할을 수행했죠. 여성을 소유하고 있을 때, 그들의 존재는 대상을 감염시킨 후 그 무엇도 억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의미심장하게도 벤슨이 만든 첫 장편 영화 타이틀은 ‘인간 인형(Human Doll)’이다. 작품은 한 젊은 여성이 성적 대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벤슨은 작품 의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여성은 사유물입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죠. 만나줘요, 나와 사랑에 빠져요 등의 표현은 당신을 소유하길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걸 결혼이라 부르죠. 여성이 섹스를 위해 자신의 몸을 파는 차원에서 결혼과 매춘의 거리가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팔아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팔린 것이죠. 우리 역시 시장이나 혹은 그와 유사한 곳에서 우리 자신을 팔거나 임대하고 있습니다.”

영화 ‘인간 인형’ 속에서 벤슨은 인간이자 상품이라는 주제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여주인공은 정신 재교육과 함께 섹스를 나누는 자동 인형에 대한 집중교육을 차례로 거친다. “이 영화에서 나는 인형제작자 역할을 연기합니다. 그리고 인형은 내 친구이자,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감탄할 만한 섹스 인형입니다.”

나는 벤슨의 아내를 한 차례 만나본 적이 있다. 이름은 티게르르였는데, 복종하는 기색이 전혀 아니었다. 자신에 대해 확고하고 똑 부러지는 타입이었다. 티게르르는 목에 ‘벤슨의 소유물’이라는 문신을 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을 함께 만났을 때 먼저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벤슨의 아내였다. 그녀가 ‘인간 인형’이라고? 오직 즐기기 위한 행위였을 뿐이다.

“여성은 남자나 혹은 다른 그 무엇에 의해 소유됐을 때 비로소 여성으로서의 의미를 완벽하게 확보한다. 완전한 여성은 더이상 자유롭지 않은 존재이자 날 것 그대로의 섹슈얼리티,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의 힘인 눈먼 생명력에 자신을 내맡길 줄 아는 존재”라고 벤슨은 말한다.

(이미지는 만화가 시몬 벤슨의 작품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