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촬영 업무 고향도 못가 시장에 건의 꿀맛휴식 받아 지난 12일, 서울시청 언론과에 근무하는 공무원 이모 씨는 박원순 시장과 직원과의 오찬 자리에서 시장에게 돌발 질문을 던졌다. 건의사항을 얘기하라는 말에 거리낌없이 손을 들고 나선 것이다.
이 씨는 “명절마다 시장님 행사 때문에 제가 서울시청에서 근무하기 시작하고 한번도 고향에 못 내려 갔습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 씨는 영상 촬영 업무를 맡고 있어 시장의 공식 일정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는 처지다.
올해로 이 일을 맡은 지 13년째. 지금까지 한 번도 명절에 제대로 쉰 적이 없다. 이 씨의 고향은 부산이어서 하루이틀의 휴가로 명절 기분을 내기란 언감생심이다.
이 씨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이 씨 곁에 있던 한 간부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얼굴이 붉어진 이 씨는 “내가 틀린 말 하는 건 아닌데…”라며 벌렁거리는 가슴을 겨우 가라앉혔다.
이 씨의 용기(?) 있는 제안에 박 시장의 답변은 의외로 명쾌했다.
“정말 특별한 일 없으면 앞으로 무조건 쉬세요.”
오찬 끝나고 한 간부가 농담조로 말했다. “쉬란다고 쉴 수 있을 거 같애?”
이 씨는 ‘이번 설에도 현장 근무를 시키면 시장님께 일러볼까’ 생각하다가 웃고 말았다. 그는 일이 있다면 사명감 때문이라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을 앞둔 19일 퇴근 무렵 이 씨는 희소식을 들었다. “이번 설에는 언론과 직원들 모두 쉬라”는 시장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 20일 오후 6시까지의 시장 공식일정을 마치면 모두 ‘고향 앞으로’다.
“정말 13년 만에 처음입니다.” 상기된 얼굴의 이 씨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21~24일 설날 연휴에 이어 25~27일 휴가를 내 21일부터 29일까지 총 9일간 휴가를 간다.
이 씨는 “이번 설에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카메라를 메고 시장님 따라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길에 올랐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