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수기로 본 학교폭력 해법 3大 키워드
泣斬馬謖 <역지사지>
때리는 아이, 맞는 아이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게 하라
以心傳心 <이심전심>
자연스레 마음과 감정을 느끼고
공유할 수 있게 하라
易地思之 <읍참마속>
전교 1등이라도 잘못된 행동은
과감히 질책하라
정답은 없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교육은 더욱 그렇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도 매한가지다. 집단 괴롭힘과 폭행, 금품갈취 등 최근 나타나는 일련의 학교 폭력 사례는 치기 어린 시절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치부하기엔 이미 그 수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양한 해결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아진다. 따뜻한 관심이다. 그 중심에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교사가 있다. 결국 교사의 사랑이 아이들 마음의 병을 고치는 큰 전제조건인 셈이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10년(2000~2010년)간 한국교총이 공모한 교육주간 수기 수백 편에 나타난 교사들의 학교 폭력 해결방법을 분석했다. 교사 수기를 통해 나타난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의 3대 키워드는 ‘역지사지ㆍ이심전심ㆍ읍참마속’이었다. 소통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되, 폭력 행동에 대해선 엄정하게 벌하며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상대편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라는 의미의 ‘역지사지’는 아이들로 하여금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배려심을 키우게 했다.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의 입장이 돼 그 고통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끔 했다.
2004년 김해 모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게 된 박현성 교사. 그는 ‘더럽다’는 이유로 왕따 피해를 당하던 여학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 전체에게 왕따를 시킬 때 드는 심정과 자신이 만약 왕따를 당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써보게 하고 발표하게 했다.
학생들의 답은 솔직했다. 왕따를 시킬 때 드는 감정에 대해 “미안하다” “재미있다” “남들이 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 “내가 왕따 안 당하려고 한다”고 표현했다. 자신이 왕따를 당하면 어떻게 할지 물었더니 “힘들어 자살한다” “전학 간다” “왕따시킨 학생을 증오하고 복수한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나 생각해본다” “학교 오기 싫을 것이다” 등의 답을 했다.
박 교사는 이후 ‘용기 도우미’를 뽑았다. 피해 학생의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한 학생들이 먼저 다가가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한 것. 그 결과 한두 명의 학생이 먼저 악수를 청하고 “미안하다”는 쪽지를 보내며 왕따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이심전심(以心傳心)=학생들 서로가 자연스레 서로의 마음과 감정을 느끼고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이심전심’ 교육은 교사가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됐다.
40년 교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을 한 강경원 전 성남 대하초등학교 교장은 ‘우정의 편지 쓰기’를 통해 1년 동안 반 친구 전체에게 편지를 쓰도록 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글을 통해 공유하도록 했다. 친구들을 괴롭히면서도 그것이 잘못이라 인식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친구들의 편지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교사 자신의 마음이 학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 경우도 있다. 강원도 춘천 모 고등학교의 신준철 교사는 방학 기간 중 학교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e-메일을 썼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자 “누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등의 제보를 보내왔다. e-메일에서 언급된 학생들은 집중 관리를 하며 시간이 날 때면 직접 만나 상담을 하기도 했다. 노력하는 교사의 모습에 피해 학생들은 점차 마음의 문을 열었다. 가해 학생들도 ‘선생님이 뭔가 알고 있다’고 느끼며 잘못된 자신의 행동을 거둬들이는 모습도 나타났다.
▶읍참마속(泣斬馬謖)=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엄정히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읍참마속’의 정신과 같이 폭력행위에 대해 엄정히 처벌하며 잘못된 행동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도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다.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았던 김은종 교사는 학부모의 제보를 통해 A 군이 남학생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침마다 먹을 것을 상납하고 죽은 벌레를 억지로 먹는 등 괴롭힘의 강도도 매우 셌다. 하지만 피해 학생은 부끄러움에 자신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조차 털어놓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김 교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폭언ㆍ폭력을 금지하는 법’을 다수결에 의해 통과시켰고, 아이들과 함께 법을 어겼을 때 어떻게 할지 규칙을 정하고 아이들 지장이 찍힌 각서를 받았다.
벌칙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기 ▷반성문 쓰기 ▷교장ㆍ교감선생님과 면담하기 ▷부모님 모셔오기 등이며 두 차례 경고 이후 세 번째 적발 시 벌칙을 적용했다. 김 교사는 “학급 운영 방향이 재설정된 뒤로 시간이 지날수록 완벽하진 않아도 반 전체가 폭력과 무질서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