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다는 아들 어떻게…” 어느 아버지의 하소연
수개월동안 구타·괴롭힘
아버지도 감쪽같이 몰라
경찰 사건접수 수사확대 지난해 10월부터였다. 아들의 낌새가 이상했다. 언제나 자신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던 아들이 점차 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버지 이모(41) 씨는 아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힘들게 입을 연 아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한 학년 윗 선배들이 아들의 돈을 지속적으로 빼앗아 온 것. 심지어 “다른 애들한테 가서 돈을 걷어오라”는 주문도 서슴지 않다. 친구들에게 범죄를 저지를 수 없었던 아들은 결국 매번 자신의 돈을 선배들에게 상납했다. 가끔은 얼굴에 상처가 나서 돌아오기도 했다. 아들은 이 씨에게 “내가 넘어졌다고 하면 그 형들한테 맞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 씨의 가슴은 무너지는 듯했다.
서울 S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은 활발한 성격이었다. 학교에서 방송반 활동도 하고 전교에서 70등 정도 수준으로 공부도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 후 아들의 생활은 달라졌다. 지난 기말고사에서는 성적이 전교 200등 후반대로까지 떨어졌다.
지난 2일 이 씨는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 아들이 치과에 간다고 집을 나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치과에서 “아들이 병원에 오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씨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고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다. 바로 아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온 가해 학생들이었다. 잔뜩 주눅이 든 듯 “아빠 지금 형들이랑 같이 있어요”라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 씨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서울 합정동 양화진 공원 인근 놀이터에는 아들과 아들 친구 이모(15) 군이 A(16ㆍ퇴학) 군, B(16) 군과 함께 있었다. 도망치는 가해 학생들을 잡아 이 씨는 호되게 야단을 쳤다.
하지만 이 일이 더 큰 폭력을 불러올 것이라고는 그때까진 생각지 못했다. 다음날 아들 친구 이 군은 가해 학생들에게 불려가 얼굴과 몸 전체를 30~40대를 맞았다. 보복 폭행이었다. “왜 부모들한테 알렸냐”며 자신들의 집에 감금해 놓고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한 것이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6일 후배들을 상습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A 군과 B 군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 군은 학교 폭력 가해 사건으로 인해 이미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상태며 보호관찰대상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해당 학교 교감과 학생지도교사 등과 협의해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 사건을 접수해 6일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피해를 받은 학생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과 피해학생 측에 따르면 학교는 수개월 동안 금품 착취와 폭행이 이어졌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아들이 자살하고 싶다고 하더라. 가해 학생들이 풀려나오면 보복이 두려워 학교를 갈 수 없을 것 같다며 전학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식에게 이런 말을 듣는 부모는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