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전문가들이 본 ‘포스트 김정일 시대’

스위스 유학했던 김정은

선진 경제시스템 경험

전향적 개혁·개방 가능성

90%육박 대중 무역의존도

갈수록 中종속 심화 우려도 북한 김정은 후계 체제가 향후 적극적으로 개혁ㆍ개방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대북문제 전문가들과 대북 교역에 종사하는 중국 기업인들은 조심스럽게 개혁ㆍ개방 등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예상하는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 경제의 중국 종속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감도 나온다.

▶개혁ㆍ개방 가능성 고조=베이징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중국은 북한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개혁ㆍ개방 등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2일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교육받아 선진 경제에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 면에서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다”면서 “중국 역시 북한의 안정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경제 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북한에 개혁ㆍ개방을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주펑(朱鋒) 교수도 최근 서방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의 사망은 북한이 시장경제 개혁을 추동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이왕 새로운 지도자가 있는 바에야 중국은 북한이 새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과 교역하는 일부 중국 기업인이 김정은이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ㆍ중 접경지역인 지린(吉林)성 투먼(圖門)의 대북 교역 중국 기업인들이 김정은이 시장 지향적인 개혁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새조개와 게를 수입하는 한 중국 기업인은 “현재의 북한 상황은 30~40년 전 중국과 비슷하다”면서 “북한이 중국식 개혁을 추진하고 주민들에게 부(富)의 소유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 신문은 탈북자 등 반북 인사들은 북한의 변화가 느리게 진행될 수 있고 북한 외부의 시각과 달리 북한 정권이 더 공고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긴밀한 군사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미얀마도 북한의 경제 정책 변화를 예상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의 한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아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앞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특히 경제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만의 국방 차관을 지낸 린충핀(林中斌) 탄캉(淡江)대 교수도 김정은이 중국식의 부분적 개방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北 경제, 중국에 종속 우려감=다만 이 과정에서 북한 경제가 중국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감이 크다. 지금도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매우 크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북ㆍ중 간 무역액은 올해 1~8월 36억3900만달러로, 2001년 대비 4.9배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2005년 처음으로 50%를 넘었던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올해는 9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북한이 개방의 문을 연다면 중국 자본이 집중될 것이고, 이는 경제는 물론 정치적 종속까지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북ㆍ중 접경도시 단둥에서 명태 등 북한산 해산물을 수입하는 한 조선족 사업가는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중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중국, 특히 동북 3성 지역에선 북한 시장을 노리고 기다리는 사업가들이 많다”면서 “북한이 개혁ㆍ개방에 나서면 중국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김정일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이미 준비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북한은 안정을 유지할 것이고, 북ㆍ중 관계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21일자 사설에서 중국이 김정일 조문과 김정은 지지에 앞장선 것은 북한의 대외 정책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같은 조문 외교는 ‘유소작위(有所作爲)’를 실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소작위’란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뤄낸다는 뜻으로, 중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반영한 외교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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