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노년-젊은층 갈등 심화
음악마저 연령별 차이 뚜렷
성공적 퓨전흐름 ‘청신호’
음악도 세대 소통 기여해야
트로트의 슈퍼스타 주현미가 ‘국카스텐’이라는 이름의 인디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불렀다. 어른들을 주요 팬 층으로 하는 트로트와 젊음을 상대로 음악 하는 인디 밴드가 만났다는 사실이 얼핏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주현미는 “연습할 때부터 내내 즐거웠다”고 했고, 국카스텐 멤버들은 “아버지의 음악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역시 트로트의 여왕인 김수희는 헤비메탈 밴드 ‘나티’와 같이했고, 심수봉은 레게와 스카 음악을 하는 ‘킹스턴 루디스카’의 편곡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10월 3주간 주말마다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 ‘위드 인디 시리즈-한국 대중음악의 여왕들’ 이야기다. 김수희의 ‘남행열차’는 메탈 편곡에 의해 사납게 내달리는 폭주열차가 됐고, 심수봉의 골든 레퍼토리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에는 랩이 붙고 레게 스타일로 둔갑했어도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난생 처음 헤비메탈 연주를 들으며 몸을 흔들었다는 한 50대 관객은 김수희의 음악과 헤비메탈의 조합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로트와 인디는 음악 스타일도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그것보다 더 간격이 벌어져 있는 것은 그 음악을 듣는 세대들이다. 인디 음악을 챙기는 젊은이는 트로트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나이 많은 트로트 팬들은 인디 음악이 시끄럽다고 멀리한다. 아마 두 장르는 세대 측면에서 가장 거리가 멀리 떨어진 음악들일 것이다. ‘애들 따로, 어른 따로’의 상황. 그러나 막상 같은 자리에 섰을 때 두 세대가 함께 호흡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우리 사회에 여러 갈등의 국면이 있다. 대치, 대립, 반목, 충돌은 안타깝지만 우리 현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갈등 관련 언어들이다. 구체적으로 남북대립, 동서갈등, 빈부격차, 좌우충돌이 있다. 이것들을 해소해야 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잠재적 갈등 상황은 아마도 ‘세대갈등’일지 모른다. 모든 분야에 걸쳐 기성세대와 젊은이들 간의 차이와 대립이 심각하다.
음악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휴식을 제공하는 음악은 세대를 망라한다는 점에서 성격상 갈라질 수가 없다. 세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은 당연하다. 재즈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도 “종교와 전쟁으로 갈라진 이 세상에서 음악만큼은 퓨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것은 다 갈라져 긴장하고 다투더라도 음악은 어떤 형태라도 서로 만나고 섞여야 한다는 말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합쳐져야 할 음악마저 세대별로 철저히 분리된 실정이다. 음악마저 먼 사이이니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대화와 소통이 원활할 리 없다. 앞으로 음악은 갈라진 두 세대의 동행과 공감에 봉사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근래 ‘나는 가수다’에서 출연가수들이 새 편곡으로 부르는 왕년의 노래들에 전혀 들은 바 없는 10~20대 젊은 층이 반응하는 모습은 희망적이다.
어른과 젊은 세대가 같이 콘서트장에 오는 장면은 늘어나야 하고, 음악계는 여기에 초점을 둬야 한다. 양질의 트로트는 젊은 세대도 좋아할 것이고, 잘 만든 인디 음악에 어른들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다음의 음악 트렌드를 세대의 퓨전이라고 한다면 그 해결책 또한 좋은 음악 만들기다. 음악계는 분발해야 할 게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