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인정사정 볼 것 없다 (8)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백주대낮은 아니었으나 아직 밤이 되기에는 이른 시각이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던 하와이의 여름 태양은 유난히도 투명하고 따가웠다. 그 따가운 태양빛이 일순 사그라지는가 싶던 차에 웬걸, 모텔 방에서는 새로운 열기가 돋아 오르기 시작했다.
“하악, 하악!”
라벨의 아름다운 곡, 볼레로가 흐르는 가운데 강준호와 신희영은 환희의 끝을 보기 위해 목숨 건 질주를 벌이는 중이었다. 볼레로는 3초 간격으로 한 번씩 강렬한 음이 터진다는 게 매력이었는데… 지금은 단순한 음악 감상 시간이 아니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3초에 한 번씩 스타카토 액션을 연출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거 성질 급한 놈은 연애도 못 하겠어.”
스타카토 액션에도 여러 경우가 있을 것이다. 탱고에서의 스타카토 액션이란, 몸이 뒤로 심하게 물러나는 것을 억제하고 Stop - Go의 모션으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가급적 몸을 절도 있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
“이상해요, 당신이 충청도 버전으로 덤비는데도… 발끝에서부터 몸이 뜨거워져.”
그와 마찬가지로 스포츠 섹스에서의 스타카토 액션에서도 절도 있는 행동과 민첩성이 필요한 법이다. 눈은 감아도 좋고 떠도 좋지만 온 몸의 감각은 잔뜩 열어놓아야만 한다. 3초에 한 번 Go를 하려면 2.5초 동안은 마음속으로 참을 인(忍)자를 쓰며 Stop하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오일을 잔뜩 바른 아름다운 여체 위에서 모든 욕망을 억제하고 2.5초 동안 참을 인자를 쓰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어흐, 어흐!”
그러다가 가끔은 3초에 여섯 번씩 Go를 해야 하는데… 이 순간에는 4두마차를 타고 죽도록 내달리는 ‘쥬다 벤허’처럼 마구 채찍을 휘둘러야만 하는 것이다. 코와 귀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도록 3초를 달리고 나면… 아! 서서히 눈앞이 희붐해지면서 홍콩으로 향하는 문이 삐긋 열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서너 차례 반복하다보면 몸은 자연히 볼레로의 리듬을 타게 되고 예민하게 열린 귀로는 바이올린 소리, 첼로 소리, 플륫과 오보에의 떨림이 감지될 것이다. 아울러 상대 파트너의 행복에 겨운 비음이라도 들려오면…
“강 프로 님… 날아갈 것 같아!”
드디어 신희영의 육신에는 우리 민족의 희망 김연아 선수의 육신이 빙의되고야 마는 것이다. 나비처럼 얼음판을 활강하다가 오른쪽 발을 슬쩍 뒤로 빼고 토(Toe) 점프를 하게 되더라는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제 막 끓기 시작하는 팥죽처럼 몸이 달아오르겠지만 정신만은 냉철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빙글빙글 돌면서 하늘을 날아오를 때의 쾌감을 온전히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 몸이 붕 떠요.”
김연아 선수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았던가. 신희영은 어느덧 하늘을 나는 미녀 새 ‘이신바예바’로 환생하는 중이었다. 강준호의 튼실한 양 팔뚝을 지지대 삼아 마치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상황처럼 순간적인 힘을 뿜어내는데… 입술을 세 번쯤 악물고 나면 어느새 천지개벽, 극락처럼 변한 세상 위를 둥둥 떠다니게 되곤 했던 것이다.
오일을 바른 몸은 미끄러웠다. 두 사람의 피부 사이에 형성된 얇은 윤활 막은 기분 좋을 만큼 미끄러지게 해서 과격한 마찰의 통증을 없애주기에 충분했다. 세게 쥘수록 미끈 빠져나가는 젖가슴은 강준호의 애를 태우고도 남았다. 그녀의 핑크스위치는 손가락 끝으로 잡으려 할 때마다 구슬이 튕기듯 옆으로 삐지곤 했다. 이빨을 세워 강약을 조절하며 물고 있자니 아! 경기 일으키듯 바르르 아래턱이 떨려오는 통에 그나마도 수월치 않았다.
“아, 오빠!”
곧 환갑을 눈앞에 둔 사모님이 오빠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강준호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청각은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습관처럼 부르던 ‘강 프로’, 요식행위로 부르던 ‘스포츠 마케팅 팀장’이 아니라 ‘오빠!’를 외치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어쩌면 행복에 겨워 환상 속을 헤매는 모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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